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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Jan 23. 2024

너는 어떤 누룽지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무려, 무쇠팬 누룽지.


새하얀 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열두 가지쯤 될 것이다.

그중 나는 숭늉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언제나 누룽지가 최고인 듯하다.


*사실 친정엄마는 '숭늉'도 '누룽지'라고 불렀다. 찾아보니, '밥과 누룽지를 많이 남겨두고 끓인 숭늉'을 '눌은밥'(이를 '누룽지'로 잘못 씀)이라고 하나 보다. ('누룽지'와 '눌은밥'의 차이)

어쨌거나 숭늉도 누룽지,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도 누룽지, 이걸 말려두었다가 물을 부어 끓인 것도 누룽지. 모두 다 맛있는 누룽지.


첫째 이유식이 끝나고 밥을 주는데, 정말로 안 먹었다. 한살림에서 산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주니 너무 잘 먹었다! 교회에서 큰 솥에 밥을 하고 눌어붙은 밥을 떼주니 또 그렇게 잘 먹었다.  


이후로 나는 누룽지를 만들기로 하는데...


1. 후라이팬 또는 무쇠팬에 밥을 얇게 펴서 아주 약불로 오래 굽는다.

(아지랑이가 보이고 구수한 냄새가 날 때까지. 숟가락에 적당히 물을 묻히는 게 요령)


: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의 일. 맛은 그럭저럭. 시간이 오래 걸린다.


2. 와플팬에 밥을 넣어 굽는다.

(와플 반죽 대신 물 묻힌 밥을 넣는 것)


: 밥을 넣어두고 다 구워질 때까지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와플처럼 손에 잡고 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은 특별간식처럼 좋아한다. 식으면 심히 딱딱해진다.


3. 압력밥솥에 밥을 할 때 조금만 더 오래 한다. 밥을 푸고 난 후 바닥에 눌은 밥을 긁어내면 끝.


이렇게 돌아돌아 선조들의 방식대로, 누룽지를 날마다 먹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강진 한옥마을에서 '한옥스테이'를 했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차를 내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세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중에...


주인: (첫째에게) OO이는 무슨 띠야?

1호: 흑룡띠요.

주인: (둘째에게) OO이는 무슨 띠?

2호: 말띠요. (엄마, 말띠 맞지?)

주인: (셋째에게) OO이는?

3호: 저는... (수줍게) 하얀띠요...


ㅋㅋㅋ 부끄러워하기는. 하얀띠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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