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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Feb 15. 2023

노년도 예행연습이 가능한가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밤,

적막함이 무서움으로 몰려오는 시간이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가져온 책도 다 읽어서 책배송을 기다리는 지금

할 게 없다.      


종일 매달렸던 일에 더는 몰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뇌의 피로를 풀어줄 딴짓을 해야 하는데

넥플렉스나 쇼트나 릴스를 보면서

밤새 나의 눈을 혹사시키며 킬링 타임해도 되지만

나의 바이오 리듬을 혼동시키며까지

이 밤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는 이 야밤에

그렇다고 한강 산책을 나가기도 그렇고

반지층이니 층간 소음 걱정 없이

팔 벌려 뛰기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달밤에 체조라도 할까?     


침대에 누워 창밖의 가로등 빛을 보며 꼼지락 거리다가

생각은 달밤 체조에서 내 노년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어떨까? 내 노년은.....


삶의 경중과 운명을 달관한 듯한

온화한 미소와 충만함이 가득한 시간일까?

이루지 못한 꿈, 해내지 못한 삶의 숙제들로 초조한 회환의 시간일까?      


그때 나의 일상은 어디에서 보내고 있을까?

집? 병원? 실버타운? 요양원?

건강은 할까?

건강하다면 하루의 일상은 어떻게 보내질까?      


물음표만 존재하는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삶에 대한 질문은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질문자체에서 지금 나의 현상태를 점검하게 되는데

'나 외롭구나, 심심하구나, 생각이 많구나, 할 일이 없구나’

이런 순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노년의 쓸쓸함일까?

그때는 이런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할까?

아니 해소할 의지가 남아 있을까?

새벽감성에 쌓여 계속 답 없는 질문이 밀려온다.

‘칫, 삶이 예행연습이 가능하다면 내 삶은 지금 이 모습이 아니겠지’

나의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상상력의 풍선을 터트려버렸다.      


무엇을 하든 예상하고 기대하면서

시뮬레이션은 언제나 해 볼 수는 있다.

현실의 조건을 대입하여 미래를 산출하는 과정을 통해

조건과 결과도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대입하는 조건이 통제 가능해야 한다.

통제 불가능한 조건이 대입되면

결과 역시 당연히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 커진다.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대입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행동이기에

회의실이나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숫자와 도표와 그래픽으로

내 노년을 PPT로 만들어 볼까?

원하는 노년의 모습을 만들어 내려면

현재 통제 가능한 조건은 무엇이며

그 조건을 계속적으로 투입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지금 나의 이 미니멀리즘 달방 살이

없어서 불편한 것들이 존재하지만

없어도 살아지는 일상들.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만들어진 절박함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떠밀린 갈급함과

안 보면 안 될 것 같은 애타는 절절함으로 포장된

마치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온 듯한 지난 시간들과

건강하게 텅빈 지금 시간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이 스르륵 걸러진다.


아쉽지만 충만하다고 자족할 수 있는 용기가 솟는다. 

만들어진 나의 허상과

땅바닥 딛고 서 있는 내 진짜 모습의 차이가 좁혀진다.

이게 나의 노년의 모습이길 바란다.

헛된 열망과 열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하루의 일상의 파편을 소중하고 충실하게 행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는 그런 노년의 일상


그런 일상 오늘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초조한 걱정은 날려 버리고

노년의 평화와 안정을 미리 가져다 쓰자.

늙으면 편할 거 같다.

몸의 긴장이 풀린다.

눈이 가물 가물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반성과 다짐으로 하루를 마감하는구나...

잘 자라, 자장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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