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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Sep 03. 2019

엄마, 소금이 무지개가 됐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문센표 미술놀이 1

아이가 허리를 가누고 앉아있을 수 있는 생후 6개월부터 촉감놀이, 오감놀이를 많이 해줬다. 두부, 미역, 요거트, 소면 등 주로 먹을 수 있는 것들로 해줬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야채, 과일 할 것 없이 뭐든 골고루 잘 먹고 낯선 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16개월 무렵 아이는 처음 물감을 접했다. 그때는 물감 하나면 만사 오케이였다. 물감을 손으로 톡톡 만지며 촉감을 느끼고 전지에 쾅쾅 찍으며 다양한 색깔도 탐색한다. 익숙해졌을 때쯤 아이는 두 발을 과감하게 물감 위로 옮기고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린다. 그러다 미끄덩, 꽈당! 엉덩방아 찧기도 여러 번. 그렇게 한 시간은 거뜬히 놀았다. 유난히도 더웠던 작년 여름, 1주일에 3번 이상 물감 놀이를 했던 것 같다.


표현력, 어휘력, 이해력, 질적 운동성 등 아이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인 24개월이 되자 놀이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재료를 탐색하는 것만으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하나의 '주제'를 정한 후 '놀이 재료'를 선정했고, 질문과 대화 속에 '스토리텔링'을 녹이며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할 여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날 밤에는 놀이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을 함께 보거나 관련 영상을 함께 보며 낮에 한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했다.  구름을 주제로 솜을 활용하고, 구름 책을 함께 본다던지, 설탕과 풀로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던지, 재활용을 활용해 마라카스를 만들고, 휴지심으로 볼링을 한다던지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 등 친숙한 주제를 사용했기에 놀이를 준비하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더 커갈수록, 놀이시간에 아이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활동량을 감당하기에는 우리 집 거실이 좀 비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놀이를 '기획'해야 되는 것에 슬슬 부담이 들었다.


그래서 방문 미술놀이, 유아미술놀이 등 다양한 기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집에서 가장 가깝고 비용도 만만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신나는 통합 미술놀이_크레아트 퍼포먼스>가 새롭게 개설된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신청했다.


아이는 마음껏 놀 수 있고, 엄마는 준비는 물론, 놀이 후 정리와 청소에서 해방되기에 우리는 상당히 만족해하며 봄학기를 시작으로 여름학기, 가을학기까지 쭉 이어 다니는 중이다.




소금을 탐색하는 아이 (출처_엄마 엘리)


알록달록, 소금나라로 가자!


매주마다 놀이 주제가 바뀌는데 아이가 유달리 즐거워하거나 흥미를 보이는 놀이는 집에서 따로 해주기도 한다.


이번 주제는 '소금'이어서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이는 굵기와 색깔이 다른 다양한 소금을 만지고 찍어서 맛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발로도 밟아보며 스스로 탐색해본다.



파스텔 가루를 소금 위에 뿌리고 알록달록 색깔 소금을 만들며 신기해 한다. (출처_엄마 엘리)



이제 아이는 선생님이 준비한 파스텔에 호기심이 동한다. 손으로 문지르면서 색깔을 확인한 후, 자신이 원하는 파스텔을 체에 긁어서 고운 파스텔 가루를 만들어 낸다. 하얀 소금 위에 다양한 색색깔깔의 파스텔 가루가 소복이 쌓인다. 아이는 소금을 덮은 파스텔 가루를 양손으로 힘껏 문지르기 시작한다. 새하얀 소금이 아이의 손길이 닿는 순간, 알록달록 색깔로 변신한다.



엄마, 이거 봐! 무지개가 됐어요!



직접 만든 색깔 소금을 빈 전구에 담으니 오묘한 빛깔의 소금 전구가 완성됐다.  (출처_엄마 엘리)




아이는 색깔 옷을 입은 소금을 보며 손뼉을 치며 외쳤다. 무지개 소금이 되었다고, 자신이 알록달록 무지개 소금을 만들었다고 자랑을 한다. 선생님이 나눠준 빈 전구에 아이는 고사리 손으로 모은 색깔 소금을 조심스럽게 담았다. 순서 없이 뒤죽박죽 한꺼번에 모아서 담았지만 전구를 꽉 채운 다양한 색깔의 소금이 조화를 이루며 오묘한 색채를 띄었다.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시킨다. 뿌듯한 미소를 보니 아이는 그 자체로 성취감을 느끼는 듯했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엄마표 놀이를 할 때 나의 경우는 아이디어의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놀이책을 참고하거나 검색을 해서 주제를 정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아이와 함께 놀고, 아이를 씻기고, 뒷정리를 하고... 아이가 재밌게 참여하니 뿌듯하고 기뻤지만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하기에는 엄마의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 놀이에 있어서 집 앞 놀이터와 퍼포먼스 미술놀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아이와의 놀이시간은 아이는 물론, 엄마도 즐거워야 하니 말이다. 현재까지는 꽤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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