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상하는 마케터 Oct 20. 2022

첫사랑을 닮은 투덜이

2013년


카페 단골손님 페이스북 글에 거의 실시간으로 티키타카 댓글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함께 수다를 떨던 다른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이 첫사랑과 너무 닮았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그 사람의 타임라인부터 확인했다.


나는 금사빠여서 좋아하는 감정이 초반에 확 타오르지만 금방 시들어버린다. 이번에도 왠지 그렇게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카페에서 기획한 행사에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그 사람도 초대했다. 그 사람은 뒤풀이 때 도착했고 드디어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음 날부터 이 사람은 모든 약속을 내가 일하던 카페로 정했다. 그리고 이 사람, 짝꿍과의 연애가 시작됐다. 그러다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났다. 이쯤 되면 도망가야 하는데 카페에서 일하고 있으니 도망을 갈 수도 없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연애가 좋은데, 매일 보니 숨이 막혔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내게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바로 제주에서 3달 살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었다는 것. 짝꿍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고 도망가 버리려고 했으나, 잘 돌아오겠다는 인사는 남겼다.

‘제주도에 가면 자주 볼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점점 멀어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던 짝꿍에겐 시간이 너무나 많아 주말마다 제주에 왔다. 요리도 할 줄 모르는 나를 위해 손수 만든 반찬을 비행기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외롭다 느껴질 때쯤 제주도로 찾아와 주었고, 뚜벅이 생활을 하던 나와 제주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제주에서 3개월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하던 카페로 돌아왔다. 엄마와 함께 살던 나는 제주에서 돌아와 독립을 했다. 그때부터 짝꿍과 나는 집을 오가며 거의 매일 함께 지냈다.

이전 22화 나의 베아트리체를 찾아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