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많은 불만을 가지게 된다. 사람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상황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여러 사람의 불만이 들려올 때도 있고, 한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말할 때도 있다. 어느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다른 한 사람을 나쁘게 보다가, 반대쪽 말을 들고 그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회사에 작업하러 오는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는 직원에 대한 평가의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오래 일하던 직원이 그만두고 담당자가 바뀐 몇 달 사이에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 이에 대한 평가는 주로 이런 것들이다.
#포토샵을 못 한다
#준비해 간 시안대로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
#자기 마음대로 사진을 찍는다
#본인 마음대로 찍은 후에 작품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원하는 컷이 나오지 않아 추가 촬영을 요구하면 화를 내고 촬영장 분위기를 흐려지게 만든다
#작품이 되는 사진을 촬영하는 때가 아닌 프로필 사진 촬영 등의 경우에는 사진을 성의 없이 찍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많이 한다
이 중에 한 가지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 매우 공감했고,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같이 작업하는 분들이 대체로 같은 이야기를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쇄소에 가서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얼마 전 본인이 겪은 일을 얘기하는데 그의 입장에서 들으니 기존에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얘기했던 부분 중 일부분에 대해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진에 있어 찍사, 포토그래퍼, 사진작가로 나뉘는데 본인은 사진작가다. 작가로서 원본 사진을 최대한 보존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나에게 포토샵으로 머리 색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달라는 등을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작품을 만든 입장에서도 본인이 실제로 한 게 아니고 포토샵으로 만져서 실제의 작업물과 전혀 달라진 사진이 인쇄되어 나가는 건 양심상 걸리지 않을까?
#처음에 약속한 시안대로 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 추가하면서 촬영을 해달라고 하는데, 돈을 받고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1~2컷은 서비스로 촬영해 줄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건 무리한 것 아닌지.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면, 그렇게 추가 촬영을 할 상황이 많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상황과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데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영업팀 과장님이다. 이 분이 그만두자 내게 그분이 하던 대부분의 업무가 넘어왔다. 신입사원이 들어왔지만 인수인계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매출과 직결되거나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내가 맡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업무를 하다 보니 이전보다 부장님의 지시를 받을 일이 많아졌다. 지시를 받다 보니 '과장님이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마친 과장님이 그만두는 시점에 새로운 외부의 영업사원과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분에게 전해 줄 신간을 부장님에게 허락받고 50부를 더 인쇄했다. 그리고 오늘 책이 도착했으며 그 영업사원은 책을 가지러 사무실에 들렀다. 50 부면 두 박스 정도가 되는데 부장님이 내게 물었다.
"두 박스 다 가져가도 되는 거야?"
"네. 가져가실 거 감안해서 더 주문했어요."
"부족하면 어쩌려고…"
라고 얘기했는데, 어찌 됐든 눈치가 없는 나는 부장님의 사인을 못 알아듣고 두 박스를 그분에게 드렸다. 몇 시간 후 부장님은 내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눈치를 줬는데 굳이…"
퇴근길에 문자를 보냈다.
책 부족할 것 같으면 한 박스 되돌려 받고 과월호로 드리면 어떨까요?
부장님과 일을 하다 보니 허락을 받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 그와 연결된 어떤 상황에서 이전에 결재한 것과 다르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전에는 어렵거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내 뜻을 전적으로 믿고 결정에 반영했던 부장님도 나와의 관계에서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그나마 조금 쌓여있던 신뢰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 전에는 너그럽게 넘어가는 것도 지금은 마음에 걸리고 꼴 보기 싫은 상황이 되어 버린다. 부장님의 그런 마음이 눈에 보이니 괜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아서 퇴근길에는 '이제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불만이 생기는 그 순간에 부장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이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장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고 있지만 결국 그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는 내 마음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스트레스가 될 일도 스트레스받을 상황도 아니다.
세상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어떤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고 괴로워하는 그 시간에 차라리 나를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내 마음은 어떻게 요동치고 있었는지, 무엇이 내 마음을 그렇게 요동치게 만든 건지. 요동치는 마음으로 또 무슨 판단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보면 서서히 그 요동치는 마음이 점차 잠잠해진다. 그리고 어느새 요동치던 와중에 일었던 감정의 파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있다.
결론은. 남의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어찌할 수 있는 내 마음이나 잘 다스리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