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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Jul 01. 2020

함께하는 기쁨, 명상과 글쓰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9시간. 내가 회사에 있는 시간이다. 평일 24시간의 시간 중 1/3 이상을 회사에서 보낸다. 회사에 도착하면 출근 체크를 하고 모든 직원이 아침 조회를 한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 시작.

회사 업무를 보는 중에 6번은 꼭 명상을 하려고 한다. 오전에 3번, 오후에 3번. 특히 요즘처럼 내가 평소에 하던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게 되거나 평소와 다른 스케줄이 생기면 정신은 없고 잠깐이라도 명상할 시간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명상이라고 하면 양다리를 아빠 다리로 접어 앉아서 양 손등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지그시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명상을 처음부터 명상요가로 배워서 요가 동작으로 명상을 하는 편이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굳어진 목과 어깨 그리고 손목을 풀기 위해 양 손을 의자 뒤로 가지고 가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고 양 팔을 쫙 편다.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고 어깨를 바닥 쪽으로 한 번 툭 떨어트린 뒤에 양손을 최대한 멀리 보내면서 어깨와 목부터 손 끝까지 쭈욱 늘려준다. 늘린 상태에서 팔을 양쪽으로 가볍게 흔들어 준다. 가볍게 흔들어주면서 양쪽 어깨 뒤의 날갯죽지와 어깨 그리고 등뼈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잘 느껴준다.
어느 정도 흔들다가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 양 팔을 양쪽 바닥 쪽으로 툭 늘어뜨려준다. 그리고 풀어져가는 팔과 어깨 그리고 등을 잘 느껴준다.


일을 하다 보면 뭉치고 긴장하고 있는 목과 어깨 손목 등을 풀어주는 명상요가를 하고 나면 몸 자체가 굉장히 시원하지만 일을 하는 집중도와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 회사에서 이렇게 명상을 시작했던 3년 전 여름

회사에 첫 출근을 하기 시작했던 3년 전 여름을 회상해 본다. 한 군데에 오래 머물러 일을 하는 직장 생활을 오랜 시간 하지 않다가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니 컴퓨터 모니터만 봐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산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다가 정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겠다 싶어서 하루에 한 번이라도 명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숫자를 100개 셀 동안만 명상을 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숫자 100은커녕 30까지 가기도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내 자리에서 눈을 감고 숫자를 세는데도 '누가 나를 보고 있지는 않는지, 일하다가 논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을지'  온갖 생각과 잡념이 뒤덮어 버렸다. 오롯하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그래서 숫자 30까지 셀 동안만 명상을 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30까지 세는 게 쉬워지자 100으로 올려보았다.


'그래. 30까지는 흐트러지지 않고 잘했으니, 30번씩 3번 하고 10번만 더 하면 되겠다.'


싶었다. 100개까지 가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매일 꾸준히 하다 보니 숫자 100까지 셀 동안 생각을 비우고 명상을 하는 것이 점차 쉬워졌다.




#함께 하는 힘

일상에서 명상을 하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올해 초 명상센터에서 주지스님과 스님들 그리고 함께 명상을 도반들이 모두 모여 작년을 돌아보고 올 한 해를 계획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그때 단체 카톡 방을 만들어서 '각자 매일의 계획을 실천한 것을 공유'해 보자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올 한 해 계획한 매일의 할 일을 체크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주지 스님이 중간중간 점검해 주시고 방향을 잘 일러 주셔서 점차 안정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새 올 해도 절반이 지나갔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 보면 혼자 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의 절반은


오늘은 다 못했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고 타협하려는 마음을 끊임없이 내려놓고


아니야. 오늘도 반드시 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계획을 잘 실천해 왔던 것 같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이었다. 매일 단톡 방에 올리는 하루하루의 실천 표에서 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X'를 하나라도 줄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사실 말은 처절하다고 하지만, 매일 이렇게 해 나가는 것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고 아무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뼛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어찌 형용할 수 있을까.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이유 없는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글쓰기로 이어진 '매일 그리고 함께의 힘'

그러던 중에 한 달 전 친구의 권유로 글쓰기 모임 제안을 받았다.


함께 글을 쓰자. 혼자 매일 하긴 힘드니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내게 꼭 필요한 모임이었다. 몇 년 전부터 '책을 써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왜 책을 내야만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작년부터 '책을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겼고, 혼자서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를 해 보았지만 꾸준히 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하다가 나머지 5일은 못 하고, 그러다 보니 한 달에 하루 이틀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다가 책은커녕 제대로 된 글조차 써 보지도 못하고 인생이 가겠군 싶었던 그 순간에 친구가 감사하게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 준 것이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쓰던 글은 책 이전에 누군가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도 되기 힘들겠다 싶었다. 이건 그냥 '나의 일기' 혹은 '나의 넋두리'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반응하기 딱 좋은 그 정도의 글이라고 할까.


매일 쓰고, 그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생기고, 또 글을 대중의 공간에 공유하게 되니 글도 점차 '읽을 만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이 말을 매일매일 체감하면서 살고 있다. 스마트 폰 속 가상현실과 대화창이 점점 더 편하고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의 힘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명상도, 글쓰기도,

함께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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