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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Nov 12. 2021

걸으면 기분이 좋아져, 걷기 명상


매일 30분은 걸으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거나 온 몸이 무겁더라도 명상을 하면서 걷기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기 명상을 조금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지금만큼 처음부터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명상법을 배우기 전, 나의 걷기 습관

걸을 때 나의 시선과 관심은 늘 밖을 향해 있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행인, 길가에 있는 가로수, 지나가는 차, 지나가는 차 소리, 배가 고플 때는 맛있는 걸 파는 가게의 간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바로 내 관심 안에 있곤 했다.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 스치면서 지나간 사람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 그래서 남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은 지나가다 본 사람에 대해 함께 있는 지인에게 지나치자마자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야, 봤어 봤어? 저 사람? 얼굴이 어떻고, 몸매가 어떻고 (쏼라쏼라~~)"


나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본 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걸어 다닐 때에 나의 관심이나 주의가 나 자신보다는 남이나 바깥의 무언가에 쏠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명상법을 배운 직후, 걷기 명상 도전!

늘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명상을 배웠다. 스님이 지도해 주시는 그 순간만큼은 남이나 바깥 경계보다는 나 자신과 나의 내면에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는 명상법을 배우고 명상을 하고 나면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참 좋아졌다. 스님이 지도해주시는 일주일에 1번, 앉아서 하는 명상인 좌선을 하고 나면 잘했든 못했든지 간에 늘 즐겁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스님은 앉아서 하는 명상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명상을 늘 강조하셨고, 강조하신 대로 연습을 꾸준히 하고 싶었다.


명상법 지도를 받고 얼마 안 된 주말이었다. 짝꿍과 함께 의정부에 있는 백화점에 갈 일이 있었다. 늘 주변 상황과 사람을 의식하고 신경 쓰던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사람 많고 복잡한 백화점에서 일상의 명상법을 실천하려고 하다 보니 정신이 더 어지러웠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신경이 쏠리는데 그러는 와중에 나의 의식은 계속 내면에 신경을 쓰려다 보니 마치 초점 다른 안경을 두 개 겹쳐서 쓴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고 어지러워졌다.



그날 백화점에서의 어지러웠던 기억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선명하다.


명상법을 배우고 몇 년 후…

스님이 알려 주신대로 일단 걷기 시작하면 한 발 한 발을 잘 느끼면서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나의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집에서 명상센터까지 가는 15분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걷다 보면, 집을 나서기 전에 집에서 엄청 몸이 무거웠어도 금세 가벼워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명상법을 배운 직후 백화점에 갔을 때와 비교해 보자면, 지금은 오롯하게 걷고 있는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두 개의 안경 중 바깥을 향하던 하나는 사라지고 내면을 바라보는 하나의 안경에만 초점이 딱 맞추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매번 걸을 때마가 스님이 알려주신 걷기 명상법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걷기 명상하는 그 방법이 습관이 되어서 내면의 안경에 초점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짧아졌다.

얼마 전, 몸의 컨디션이 무척 안 좋은 날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다가 집을 나섰다. 15분 거리를 걷는데 5분 정도 지나자 바로 무거웠던 기운이 싹 사라지면서 마치 내 몸 자체가 깃털이 된 것처럼 가볍고 기분이 좋아졌다.


명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좌선 시간에 스님이 '주파수를 잘 맞추라'라고 하셨던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정말 몰랐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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