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떠난 서울여행

by 라프

두 달마다 엄마와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이번 여행은 마침 가족들과 함께 가는 여행 일정에 하루를 더해 속초에서 수영을 좋아하는 지나를 위해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서 하루를 묵을까 해서 어떻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그냥 서울에서 호캉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다시 신라호텔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숙박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호텔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는 숙박권 중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게 1박에 27만 원 정도였다. 비용을 말했더니 엄마는 서울에 잘 집이 있으니 잠은 집에서 자고 그 돈으로 맛있는걸 사먹는 게 어떠냐고 했다.


# 엄마와 함께 새벽 수다

매주 일요일 자연 속에 살다 오는 시골 일정을 마치고 오는 나는 엄마 집에 새벽 1시쯤 도착했다. 기다리다 걱정이 된 엄마는 11시쯤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해 샤워를 한 후에 잠자리에 누웠고 잠이 깨버린 엄마와의 수다가 1시간가량 지속됐다.


“그 사람이 말이야...”


엄마는 아무 이유 없이 잘못한 것도 없는 어떤 사람을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한 사람을 엄마에게 고발했고,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 맞장구를 쳤다.


나름 사회생활 15년 차로 겪은 일들을 풀어가며 깊은 밤 모녀의 수다도 무르익어갔다.


# 각자 또 같이

본격적인 여행 당일. 새벽 일찍 엄마는 잠자는 나를 집에 두고 얼른 테니스장에 다녀왔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리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엄마가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는 보라매로 향했다.


엄마가 친구들과 점심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근처 카페에서 글을 썼다.


각자의 점심 시간을 보낸 뒤 남대문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나올 준비를 해야겠다며 사업 아이템을 찾겠다는 내 말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지나는 남대문으로의 첫 번째 여행 코스를 매우 기뻐해 주었다.


그렇다 할만한 사업 아이템을 건지진 못했지만 엄마가 사려고 했던 마스크와 코로나 19 시대의 새로운 패션 아이템인 마스크 걸이를 득템 했다.


# 남산 카페, 마뫼

글쓰기 모임 멤버인 자야님의 추천으로 남산에 있는 카페 마뫼로 향했다. 남대문에서 1킬로 정도의 거리여서, (아직은 쌩쌩한) 엄마와 걸어서 카페까지 갔다. 자그마하지만 남산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그런 카페였다. 나는 아인슈페너를 엄마를 위한 쑥 라떼를 주문했다.

카페에 앉아 다시 수다 삼매경. 그러다 또 엄마는 내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했고, 그 말을 듣던 내 얼굴에 점차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런 기운을 감지한 엄마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대화를 선회했다.


급 피곤 모드로 바뀐 나는 엄마와 저녁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집에 가자고 하고선 카페를 나왔다.


#남산에서 한 달치 산책

페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데 남산 산책로 입구가 보였다. 그래서 나는


“엄마, 저쪽으로 가볼까?”

“좋아!”


그렇게 남산 산책이 시작됐고, 산책 수다방이 열렸다.

1킬로 남짓 걷고 ‘남산후식후경’이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짝꿍도 오기로 해서 1시간의 시간이 남아버렸다.


2킬로 정도 걷자 남산타워로 가는 길이 나왔다. 여기까지 갔다가 내려가면 1시간이 되겠다 싶어 엄마와 함께 남산타워로 향했다.


중간쯤 올라갔을까? 힘들어질 때 벤치가 나타나 앉아 잠깐 쉬었다.


“엄마 우리 여기서 10분 명상할까?”

“그래. 좋아~”


10분 알람을 맞춘 뒤

“엄마 바람소리를 잘 들으면서 해봐”


잠시 후

“얼마나 됐어?”

“엄마 아직 4분 남았어.”


알람이 울린 뒤, 지나가 얘기한다.

“웃고 떠들 때는 그렇게 시간이 잘 가는데, 10분이 왜 이리 기냐?”

(나, ㅋㅋㅋㅋ)

“그러게~”


# 여행의 마지막은 맛있는 음식으로

남산타워까지 올라 지나가 가고 싶었던 신라호텔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식당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짝꿍이 먼저 도착해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뿔싸. 도착시간 5분 정도를 남기고 식당에 들어갔더니 7시가 주문 마감, 8시에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 도착 시간은 이미 7시 이후였는데 말이다.


결국 셋은 남산의 돈까스 식당이 모여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곳에서 주문한 메뉴는..

피자, 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와 하우스 와인이었다. 우연히 들린 곳인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특히 미디엄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었다.


저녁 코스요리까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엄마의 첫 번째 서울 여행은 끝이 났다.


“신라호텔 숙박권 좀 구해봐야겠어.”


지나의 신라호텔 숙박의 꿈은 과연.. 현실이 될 것인가. 두둥..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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