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마다 가족은 그룹통화를 한다. 네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목소리라도 듣고 어찌 살고 있는지 안부라도 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통화의 시작은 ‘각자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들려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주간 안부 들려주기가 끝나면 특정 주제로 대화가 번져 가거나 여러 가지를 두루 얘기하게 되는데 오늘의 주제는 ‘우리 가족의 폭력성’이었다.
대화는 남동생이
“맞은 기억 있는 사람?”
하고 던진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남동생은 큰누나인 내게 맞은 기억이 있었고 나는 남동생을 때린 적이 있었다. 각자가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니 나에게 기억하는 상황을 먼저 얘기해보라고 했다.
“내가 니 싸대기를 때렸지.”
“내 싸대기를? 언제 왜 그랬어?”
“이유는 기억이 안 나. 그냥 맞을만해서 때렸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론은 막내인 남동생은 엄마와 아빠에게는 덜 맞았지만 누나들에겐 무지하게 맞았다.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작은 누나와 막내는 자주 치고받고 싸웠다.
그리고 나와 여동생도 자주 싸웠으며 둘은 엄마에게 특히 많이 맞았다. 우리 둘이 엄마와 아빠에게 얻어터진 일화들을 듣더니 막내가 말했다.
“난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맞았으면 지금처럼 크지 못했을 것 같아. 정말 삐뚤어졌을 것 같아.”
가족의 대화는 점차 정점에 다다랐으며 모두가 입을 모아 그래도 폭력은 나쁘다, 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훈육했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서로에게 지난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아름답게 마무리되나 싶더니 어린 시절 엄마에게 맞아서 억울했던 사연이 튀어나왔고 이에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 엄마가 미안해. 그때 그렇게 때려서 정말 미안해. 그렇게 상처 받은 줄 몰랐네. 하지만 그때는 정말 때릴만해서 때린 거야.”
엄마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남매는 거의 야유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아니, 엄마 그건 아니지. 세상에 때릴만한 일은 없어. 엄마 그 생각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엄마, 아빠랑 관계에서 한 번 생각해봐. 아빠가 엄마를 때릴 때 분명 이유가 있었지만 그때의 그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해봐! 생각해 보고 이 주제는 다음 주에 다시 얘기하자.”
그렇게 자식들이 아우성치는 동안 지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도 침묵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곧 엄마가 말을 했다.
“아니 내가 너네를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데 내가 너네를 키운 방식이 잘못됐다고 하면 정말 나는 할 말이 없어. 너네 끝까지 책임진다고 이렇게 클 때까지 키운 보람이 없잖아. 이런 얘기 들을 줄 알았으면 한두 살 때 그냥 놔두고 도망가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걸 그랬어.!!!”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큰일 났다. 어찌 수습하지...’
“엄마 그게 아니라 우리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감사하게 생각해! 진짜 고맙지”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 정도로 수그러들지 않았다.
“됐어. 그런 말은 다 필요 없어.”
“아... 그렇네. 생각해보니. 엄마도 엄마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방식을 그것밖에 몰랐던 거야! 그러니까 그때 당시의 엄마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거지!!!”
나는 이 말 한마디를 던져놓고 그룹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왠지 마음에 걸려 가족 단톡 방에 이런 카톡을 남겼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우리는 엄마가 전지전능하고 완벽한 엄마를 바랐나 봐요. 오마니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합니다 오마니.’
다행히 막내가 오늘 대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는 카톡을 남겨주었다.
# 엄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