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과 철학
이소룡은 단순한 액션배우 혹은 무술인이 아니었다.
이소룡 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눈을 부릅뜨고 괴성을 지르는 모습, 노란색 트레이닝 복, 쌍절곤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 몇 가지 외에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절권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광배근, 그리고 철학이 있다. 오늘은 바로 이소룡과 철학에 대해 적어 보려 한다.
이소룡.. 그리고 철학? 언뜻 매치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이소룡은 의외로 철학과 관계가 깊은 인물이다.
먼저 이소룡은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가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에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고 하는 그에게 그의 스승이라 할만한 분이 철학과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렇게 워싱턴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비록 중퇴에 그쳤으나 그 후의 행보에서도 철학과의 밀접한 관계를 놓지 않는다. 생전 그의 서재에는 무술 서적, 스포츠 관련 서적, 철학 관련 서적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는 부상이 있을 때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그의 제자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의 무술 철학을 보면 그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그는 생전 도가의 영향을 받아 그의 무술과 인생에 그 사상을 녹여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서 "물이 되십시오"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유연한 사고와 유연한 행동을 강조해서 언급한 말이다. 또 그의 어록 중 "나는 만 가지의 발차기를 찰 수 있는 사람도 두렵지 않다. 다만, 한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이라면 두렵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얕게 여러 가지를 연마한 이 보다 한 가지 일지라도 깊이 있게 연마한 이가 더 위력적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처럼 그는 무술을 하는 데 있어서 몸의 움직임뿐 아니라 무술에 대한 철학적 뒷받침을 중요시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어록을 보면 철학적인 부분이 상당수 돋보인다.
"불멸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억될 만한 삶을 사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나 구속 없이 마음을 비워라. 마치 물과 같이, 물은 병에 담으면 병 모양이 되고, 컵에 따르면 컵 모양이 된다. 물은 흘러갈 수도 있고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할 줄 알아야만 한다. 의지만 갖추고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할 줄 알아야만 한다."
그의 어록 중 위의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철학적인 면을 엿볼 수 있고 세 번째의 것에서는 앎과 더불어 실용적인 면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삶과 무술에 있어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무술에 적용하려는 시도 역시 끊임없이 했던 사람이었다.
현재에도 일부에선 그를 무술인으로 볼 것인가 액션배우로 볼 것인가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에 와서 그를 무술인으로 평가할 것인지 단순히 액션배우로 평가할 것인지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그가 살아 있지 않은 지금으로썬 그가 얼마나 강하고 빠른 펀치와 킥을 가졌으며 과연 어디까지 통하는가 조차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뛰어난 무술적 움직임 조차 영화를 제외하곤 남아있는 극소수의 영상에서 밖에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무술인이었는지 액션배우였는지 선을 그어서 무엇하랴.
그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미완이긴 하나 그가 생각한 무술의 이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절권도가 남아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선 이런 것들을 토대로 그의 업적과 영향력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가슴 뛰는 젊은이들이 있고 그로 인해 무술과 운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이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러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