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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21. 2015

가을

PAPER BOX_16

부산 장산, 거리를 걸으며

떨어질 듯

나뭇가지가 붙잡은 나뭇잎들 사이로

감출 수 없는 해의 사랑이 빛기둥을 만들며

따사롭게 보도블럭의 장식이 되어준다.

BGM_More Than Words-Extreme


가을

                                     J PARK

한 여름

짧았던 밤,

그 휴식과


터질 듯한

태양의 광기를

나 홀로 받으며


미적지근한 마음에

선선한 바람이

심장 소리를

살며시 건드릴 때


비로소

참아왔던

너의 아름다움이

온 거리를

발 갛 게

물들이며


길어진 밤

그 휴식을 즐기고

또 다른 나의 존재를

발밑에 새겨 넣었다.


바스락바스락

그 두근댐의 거침없음을.


좀처럼 거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가을입니다.

지금 떨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하늘의 기운, 빛과

겨울이 다가올 것을 대비해

이제껏 아껴놓았던 마지막 아름다움, 단풍과

걷는 동안 심심함을 덜어주는 사랑스런 만화책, 낙엽

이 있는 이 거리를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가을은 설렘의 계절입니다.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떨어뜨리는

숨막히고 심장터질 듯한 계절입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낮게 앉은 하늘이 선사하는 옷깃 따뜻한 햇빛

이 계절을 만끽하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시와 함께 읽으셨으면 하는 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입니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하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고

열매로써 성숙하는 가을의 절정에 대해 말했다고

감히 제가 말 해 봅니다.


참으로 가득 찬 가을입니다.

풍성한 한가위가 있는 가을이고

열매맺은 성숙을 수확할 수 있는 가을이고

함께 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랑넘치는 따뜻한 가을입니다.


머지않아 거리는 성숙함의 끝을 달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리라 믿습니다.

한 껏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한 층 더 두꺼워진 숨을 내 뱉기 위해

새순이 돋았던 봄의 순간을 기억하고

진녹(眞綠)으로 세상을 물들인 여름의 활기를 기억하고

여태껏 참아왔던 미친 아름다움의 폭발, 가을이 다시옴을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를 깨닫고 가리라 믿습니다.


두근거립니다.

낙엽이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가

꼭 심장소리, 두근댐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PS: 어, 어디서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바스락 바스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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