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최고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더 나아진 나를 담보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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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한 동생들과 술자리를 가지던 도중 나의 출신 대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한 말이 발단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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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살면서 '똑똑하다' 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 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러자 동생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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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ㅇㅇ대 아무나 갈 수 있는데가 아니라니까?? 어디가서 안 똑똑하다 하면 안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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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나도 내 머리가 절망적인 수준으로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그렇지만 대단히 좋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걸? 이거 잠깐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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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며 내 책장 서랍 구석에 있는 한권의 책을 가져왔다. 함께 술자리를 가지던 두 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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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이게 뭐야? 나 이런건 본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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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적이 없긴, 누구나 공부했었던 그 책이잖아. 내가 너희 말대로 정말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이 책을 이지경으로 만들만큼 공부를 해야 할 필요는 없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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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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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스로 내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이만큼 반복 학습을 해야만 이 내용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고 3때 한번도 전국에서 1등을 해본적은 없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그 당시 전국 고3 중 그 1년만큼은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했다. 라고 말하는 데 추호의 부끄러움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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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대단한 수준으로 머리가 좋은건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가 한가지 더 있어. 정말 재능이 좋은 사람들은 내가 최선을 다 해 노력해도 따라 잡을 수가 없더라고. 그 분야에 특출난 사람을 노력해서 따라 잡을 수 있었다면 나는 아마 비즈니스 쪽에서 일을 안하고 전공대로 개발자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 난 우리 학교 내에서 평균 이하 수준의 개발자였어. 노력을 안했을리가 있겠어? 당연히 미친듯이 달려들어 봤지. 그런데도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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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느냐. 아니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찌 보면 작은 중소도시 평범한 학생이던 내가 지금 너네같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편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당시 했던 '최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 솔직히 처음부터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더 환경 좋은 친구들 많잖아. 너희도 어찌 보면 그런 사람들이고.
그래도 이제는 내가 너희 보다 더 낫다. 이런 존재까진 아니어도 서로 이야기 나누는 데 문제 없고 서로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는 비결. 그건 내가 주어진 환경에서 정말 원할 때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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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 집이 잘 사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너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많을거라 생각해. 난 죽도록 힘들게 일했던, 정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가 어려웠던 전 직장 맥킨지에서도, 다른 친구들 중엔 '솔직히 일 하는 시간이 길어서 체력이 부족했던 건 힘들었지만 일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어.' 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는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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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굉장한 수준의 재능을 갖춘게 아니라 해서 나의 최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 최선이 있었기에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지금 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일을 하나하나 맺음 한 기억. 완결한 기억이 지금의 나 라는 존재고, 난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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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최고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아진 나를 담보해주니까. 그래서 나는 최선의 가치를 누구보다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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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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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난 애당초 내가 머리가 엄청 좋은건 아니라고 했지, 최선을 다하는 일이 능력이 아니라곤 안했다?ㅋㅋㅋ 술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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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있었던 대화를 각색해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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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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