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 육아일기(423일 차)
우리 아기 채채는 아빠바라기다.
막상 행동은 엄마 껌딱지인데 말은 '아빠'만 한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오늘 평소처럼 목욕을 하는데, 난데없이 채채가 욕조 안에 앉아서 '음...마'라고 말했다. 목욕은 남편이 시키고 나는 멀리서 설거지 중이었다. 그러니 진짜 나를 엄마라고 부른 건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좋아하자 '음..마' 하더니 반복해서 말했다. 두 음절이 텀이 긴 '엄...마'에서 점차 붙은 '엄마'가 되었다. 어쨌거나 채채 입에서 '엄마'라는 소리가 나온 거다!
음...마
음..마
음 마
음마
이 글을 쓴 지 3일 만의 일이다. 엄마가 자기 욕(?)을 만천하에 떠벌리니 발등에 불 떨어졌나. 우리 채채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준 첫 번째 사람, 우리 채채. 그 단어가 얼마나 감격이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천방지축 우당탕탕 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엄마라고 불러주는 우리 아기, 내 새끼. 하지만 불러만 준다면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잘 키워주고 싶은 우리 아기.
채채의 '음마' 외에도 요즘 새로운 걸 많이 한다. '난나나난나' 혼잣말도 한다. 혼자 노래를 부르는 거 같아서 귀엽다. 특히나 그 목소리가 평소에 악 쓰는 목소리가 아니라 나긋나긋 중얼거리는 소리라 아주 마음에 든다. 우리 채채의 목소리는 이런 목소리이길. 악 쓸 때 내는 소리는 너무 크다고.
또 머리핀의 용도를 인식했는지, 나에게 자꾸 머리핀을 꽂아준다. 그런데 절대 자기 머리에는 안 꽂는다. 채채는 머리핀, 머리띠, 모자... 머리나 얼굴에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 자기는 싫어하면서 나한테는 열심히 꽂아준다. 사실 꽂아줄 만큼 소근육이 발달하지는 않아서 정확히는 얼굴 옆에 대주거나 머리 위에 댄다.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어. 고마워!
실제로 하지는 못하지만 시늉 내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옷 입기다. 채채는 유독 '천'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옷가지들은 채채의 놀잇감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요새 갑자기 널브러져 있는 옷을 들더니 자기가 혼자 옷을 입겠다고 머리에 쓴다. 상의만 쓰는 게 아니다. 바지도 쓴다. 옷감을 벌려서 넣는 게 아니다. 그냥 그 자체로 쓴다. 그러니 머리에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너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어. 귀여워!
채채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단연 딸기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책을 보다가, 병풍 그림을 보다가 채채는 딸기를 가리킨다. 정확히 말하자면 딸기'만' 가리킨다. 포인팅을 시작한 10개월 무렵부터 줄곧 딸기를 가리켰으니 꽤 오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새는 다른 것도 가리키기는 한다.
하루는 채채가 갑자기 병풍을 꺼내달라고 손짓했다. 꺼내주니 자기가 혼자 병풍을 넘기더니 딸기를 가리켰다. 보통은 "딸기" 하고 말해주면 다른 걸 보는데, 계속 가리키면서 '잉잉' 거렸다. 혹시나 몰라서 냉장고에 있는 딸기를 꺼내며 "딸기 먹고 싶어?" 하니 "응" 하고 대답한다. 그래서 딸기 하나를 씻어 손에 쥐어주니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부터는 자기가 딸기를 먹고 싶으면 책에서든 병풍에서든 가리키면서 달라는 시늉을 한다.
육아의 '육'자도, 아기의 '아'자도 모르는 나에게 이건 너무나 신기한 일이다. 말을 못 하는 대신 포인팅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니. '우리 애가 천재인가!' 하는 부모들이 흔히 하는 착각을 나도 하고 있다.
채채가 잠든 후 그동안의 사진과 영상을 훑어보곤 한다. 너무 많아서 전부 다 볼 순 없지만 불과 3개월 전 사지만 봐도 채채는 정말 더 어린 아기다. 지금과 모습이 다르다. 그 모습이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 모습이 그립다. 보고 싶다. 하지만 그 모습을 절대 다시는 볼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채채의 오늘은 다시 오지 않기에. 오늘이 가장 어린 아가 채채에게 엄마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다.
너의 성장은 내게 기쁘고도 슬픈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