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교사들의 사건 이후로 학기 중 상담도 학교마다 다른 분위기다. 다행히 첫째가 다니는 학교는 선생님과 대면이나 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1학년 마치고 2학년 된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 외에 가장 잘 아는 선생님과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기도 했다.
어떤 학교는 무슨 일 있을 때만 수시로 상담을 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을 신청해서 갔다.
가기 전에 미리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읽기, 쓰기가 느리고 싫어하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잘하는지, 문득문득 자존감이 낮은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습만화만 읽어도 되는지였다.
선생님께서는 뵙자마자 아이의 칭찬을 해 주셨다. 반에 FM이 둘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첫째라고 말이다. 늘 바르게 앉아있고 발표도 잘한다고 해 주셨다. 친구들이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려 하고 힘내라고 응원의 말도 잘해준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은 작년에도 들어서 대강 알고는 있었다. 늘 엄마와 문제집을 하거나 책을 읽자고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라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선생님께 집에서는 다른 모습이고 학습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고 말씀드리니 진심으로 놀라셨다. 전혀 상상을 못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인정욕구가 강한 아이라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다 보니 많이 참고 있는 걸 거라고 말씀드렸다. 학교에서 원래의 에너지를 누르며 바르게 생활하려다 보니 집에서 짜증이 심해졌다. 동생에게도 별 것 아닌 일로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나한테도 쉽게 삐치고 짜증을 부렸다. 그런 모습이 4월 말이 되니 조금씩 줄어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학기 초 새로운 환경에 아이도 많이 긴장을 했었나 보다.
이렇게 상담을 통해 학교에서와 다른 아이의 모습을 아시고 선생님도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실 거라 생각이 든다.
늘 아이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그건 자존감이었다. 문제집을 풀다가 틀리면 “00 바보”라고 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어느 날은 아이 자리 옆 벽지를 보니 “못해”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뜻대로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난 역시 못해.”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운이 나쁜 날이야.” 이런 말들을 자주 해서 고민이 많았었다. 늘 칭찬해 주고 사랑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부정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 상담을 했을 때는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늘 잘하려다 보니 그런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려고도 했는데 쉽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이 부분에 대해 여쭈어 보았는데 선생님은 또 너무 놀라시며 전혀 몰랐다고 하셨다. 학교에서는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친구들한테도 자기 의사표현도 잘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혹시 왜 그러는지 시간이 되실 때 슬쩍 물어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따로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드렸다.
마지막은 학습만화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다소 읽기 독립이 늦은 아이였어서 늘 걱정이었다. 우연히 받은 <수학도둑>을 보더니 그 후부터 혼자서는 학습만화만 보는 것이다. 틈이 생길까 지식책이나 창작책은 내가 읽어주는 것을 병행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글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학습만화도 괜찮다고 오히려 아침 독서시간에 건전한 학습만화는 가져와도 된다고 허락하셨다고 하셨다. 아직 글 읽는 것이 힘든 아이는 그렇게 만화를 읽으며 글밥을 늘리고 어휘력을 쌓다 보면 자연스레 글책으로 넘어간다고 하셨다. 상담 후 거짓말처럼 불과 10일 정도 지났는데 아이가 재미있어할 만한 책을 빌려다 주니 학습만화도 보면서 줄글책도 읽는 것이다. 역시 아이에 대해서는 미리 걱정하고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느릴지라도 아이의 때가 되면 다 하니 말이다.
상담 후 학교와 집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에 선생님도, 엄마도 놀란 후기였다. 이렇게 상담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상담을 마친 후 편안히 아이의 학교생활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처럼 아이가 학교를 즐거워하며 다니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