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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Apr 05. 2024

나 집 나가버릴 거야

유아와 어린이 그 어디쯤을 키우는 엄마

 어떨 때는 마냥 아기 같고 어떨 때는 얘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때가 있다. 입학을 앞두고부터 한글 떼기와 학습습관으로 인해 꽤나 실랑이를 벌였던 아이와 나였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너무 하기 싫은 날은 으레 우리의 전쟁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달래주다가 쌓이면 나도 폭발해 버린다. 아이 또한 엄마가 하라니까, 왠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참고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 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세상 심각해지는 나는 전업맘이다. 아이도 커가면서 다양한 변화를 느낄 거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그 과정을 겪는 중이다. 그 과정 중 지난겨울방학 동안 있었던 아이의 두 번 가출 사건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아이가 해야 할 최소한의 학습량을 정하고 꾸준히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잘 되는 아이도 있겠지만 첫째는 지금까지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더 꾸준히 아이의 습관으로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있다. 할머니댁에 갈 때도 문제집을 꼭 챙겨간다. 한두 페이지라도 매일 하는 습관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겨울방학 어느 날 친정에서 아침에 책을 읽어주고 문제집을 하러 가자고 했다. 둘째는 나와서 하는데 첫째는 안 나오고 계속 누워있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더니 아이가 없어졌다. 나도 은근 화가 나서 찾지 않았다. 그러나 궁금한 동생이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더니 형이 중문 밖에 있는 걸 발견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서 공부하기 싫다고 나가면 어떡하냐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친정엄마가 내가 가야 들어올 것 같다며 가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보니 중문이 아닌 아예 현관을 열고 나가버린 것이다. 내가 들어오라고 하니 그제야 들어오는 아이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너무 공부가 하기 싫었어요.” 하며 우는 것이다. 정말 속으로는 누가 보면 대단한 공부하는 건 줄 알겠다 싶었지만 아이를 달래주었다. “오늘은 피곤해서 정말 하기 싫었구나. 그런 밥 먹고 티브이보고 네가 하고 싶을 때 할까?”라고 말하니 알았단다. 그러더니 바로 방에 가서 로봇을 신나게 가지고 노는 아이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하니 정말 티브이까지 다 보고 나서 아무 말 없이 스스로 하기로 한 걸 해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 순간을 넘기면 또 아이는 해야 할걸 해낸다.   


 여느 아침과 같이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문제집을 세팅해 놓았다. 둘째는 이제 알아서 식탁에 앉아서 할 거를 한다. 그런데 첫째가 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고 말았다.

 “너 그러다 나중에 동생이 공부 더 잘해도 엄마는 모른다.” 고 해 버렸다. 그러더니 방에서 “나 집 나가버릴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며칠 전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아이랑 실랑이하던 나도 폭발해서 “나가! 엄마도 아침마다 지겨워 죽겠어!”라고 내뱉어 버렸다. 아이가 잠옷 바람에 운동화 신고 나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둘째 챙기고 밥까지 준비했다. 원래는 아이들 밥 먹을 때 책을 읽어주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라 둘째 밥 주고 영어영상을 틀어 주었다.

 그리고 첫째를 데리러 나갔다. 아파트 공동계단이 있는 곳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엄마, 죄송해요.” 하는 아이다. 들어가자고 했다. 늘 좋게 말해주는 엄마지만 이번에는 아이에게 단단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다. 네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아냐며 나간다고 하는 건 정말 잘못된 거라고 말해주었다. 오후에 치과에 같이 걸어가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아침에 거기 나가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절대 반성하지 않을 거라고 계속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나 보자마자 사과한 건 뭐지? ㅎㅎ

 이렇게 잊지 못할 두 번의 해프닝이 겨울방학 동안 있었다.     




 아직까지 엄마가 하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하기 싫은 날이 있을 거다. 그리고 하기 싫은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를 거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나는 정말 조금 시킨다 생각하는데 내 아이의 성향에서는 그게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아이는 많이 하는데 너는 이만큼 해서 다행이야가 아니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더 하고 있어서 기특하다고 늘 생각을 해야 한다. 늘 문제는 욕심과 비교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오늘 아침 공원을 돌면서 유튜브 영상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왜 정답을 생각하세요. 내 아이에게 해답이 있는데요.”


그렇다. 아이가 너무 하기 싫은 날은 아이와 의논해서 양과 해야 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너무 힘든데 해내는 아이를 생각하면, 싫다고 투정 부려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 힘든 걸 해내고 있음이 기특해 보일 수 있다. 내 아이를 바라보며 존중해 주어야 한다. 머리가 커가는 만큼 더 대화를 통해서 아이와 함께 계획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 단, 잘못된 행동은 단호하게 말해주며 말이다. ( 예를 들면 이렇게 집 나는 행동 말이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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