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집 나가버릴 거야

유아와 어린이 그 어디쯤을 키우는 엄마

by popo

어떨 때는 마냥 아기 같고 어떨 때는 얘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때가 있다. 입학을 앞두고부터 한글 떼기와 학습습관으로 인해 꽤나 실랑이를 벌였던 아이와 나였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너무 하기 싫은 날은 으레 우리의 전쟁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달래주다가 쌓이면 나도 폭발해 버린다. 아이 또한 엄마가 하라니까, 왠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참고하다가 폭발해 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세상 심각해지는 전업맘이다. 아이도 커가면서 다양한 변화를 느낄 거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그 과정을 겪는 중이다. 그 과정 중 지난겨울방학 동안 있었던 아이의 두 번 가출 사건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아이가 해야 할 최소한의 학습량을 정하고 꾸준히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잘 되는 아이도 있겠지만 첫째는 지금까지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더 꾸준히 아이의 습관으로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있다. 할머니댁에 갈 때도 문제집을 꼭 챙겨간다. 한두 페이지라도 매일 하는 걸 습관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겨울방학 어느 날 친정에서 아침에 책을 읽어주고 문제집을 하러 가자고 했다. 둘째는 나와서 하는데 첫째는 안 나오고 계속 누워있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더니 아이가 없어졌다. 나도 은근 화가 나서 찾지 않았다. 그러나 궁금한 동생이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더니 형이 중문 밖에 있는 걸 발견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서 공부하기 싫다고 나가면 어떡하냐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친정엄마가 내가 가야 들어올 것 같다며 가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보니 중문이 아닌 아예 현관을 열고 나가버린 것이다. 내가 들어오라고 하니 그제야 들어오는 아이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너무 공부가 하기 싫었어요.” 하며 우는 것이다. 정말 속으로는 누가 보면 대단한 공부하는 건 줄 알겠다 싶었지만 아이를 달래주었다. “오늘은 피곤해서 정말 하기 싫었구나. 그럼 밥 먹고 티브이보고 네가 하고 싶을 때 할까?”라고 말하니 알았단다. 그러더니 바로 방에 가서 로봇을 신나게 가지고 노는 아이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하니 정말 티브이까지 다 보고 나서 아무 말 없이 스스로 하기로 한 걸 해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 순간을 넘기면 또 아이는 해야 할걸 해낸다.


여느 아침과 같이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문제집을 세팅해 놓았다. 둘째는 이제 알아서 식탁에 앉아서 할 거를 한다. 그런데 첫째가 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고 말았다.

“너 그러다 나중에 동생이 공부 더 잘해도 엄마는 모른다.” 고 해 버렸다. 그러더니 방에서 “나 집 나가버릴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며칠 전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아이랑 실랑이하던 나도 폭발해서 “나가! 엄마도 아침마다 지겨워 죽겠어!”라고 내뱉어 버렸다. 아이가 잠옷 바람에 운동화 신고 나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둘째 챙기고 밥까지 준비했다. 원래는 아이들 밥 먹을 때 책을 읽어주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라 둘째 밥 주고 영어영상을 틀어 주었다.

그리고 첫째를 데리러 나갔다. 아파트 공동계단이 있는 곳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엄마, 죄송해요.” 하는 아이다. 들어가자고 했다. 늘 좋게 말해주는 엄마지만 이번에는 아이에게 단단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다. 네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아냐며 나간다고 하는 건 정말 잘못된 거라고 말해주었다. 오후에 치과에 같이 걸어가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아침에 거기 나가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절대 반성하지 않을 거라고 계속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나 보자마자 사과한 건 뭐지? ㅎㅎ

이렇게 잊지 못할 두 번의 해프닝이 겨울방학 동안 있었다.




아직까지 엄마가 하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하기 싫은 날이 있을 거다. 그리고 하기 싫은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를 거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나는 정말 조금 시킨다 생각하는데 내 아이의 성향에서는 그게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아이는 많이 하는데 너는 이만큼 해서 다행이야가 아니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더 하고 있어서 기특하다고 늘 생각을 해야 한다. 늘 문제는 욕심과 비교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오늘 아침 공원을 돌면서 유튜브 영상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왜 정답을 생각하세요. 내 아이에게 해답이 있는데요.”


그렇다. 아이가 너무 하기 싫은 날은 아이와 의논해서 양과 해야 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너무 힘든데 해내는 아이를 생각하면, 싫다고 투정 부려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 힘든 걸 해내고 있음이 기특해 보일 수 있다. 내 아이를 바라보며 존중해 주어야 한다. 머리가 커가는 만큼 더 대화를 통해서 아이와 함께 계획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 단, 잘못된 행동은 단호하게 말해주며 말이다. ( 예를 들면 이렇게 집 나는 행동 말이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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