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학년이라 그럴까.. 상담에 이어 공개수업은 기다려지면서도 아이가 잘 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는 날이였다. 둘째를 유치원버스에 태우고 부랴부랴 5분만에 화장을 마치고 학교로 뛰어갔다. 벌써 많은 부모님들께서 교실 뒷 자리에 서 계셨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우리 아이는 긴장한 것 같았다. 다음 날 학교에서 가져온 주제글쓰기를 보니 아이는 “부모님들이 오시는 날이라 두근거리고 숨도 잘 안 쉬어졌다. 걱정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는 표현을 쓴 걸 보니 정말 그랬었다는 걸 알수 있었고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며칠 전 아이와 잠자리 대화중에 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는 여태까지 발표를 40번 정도 했는데 요즘 부끄러움이 생긴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공개수업날에는 어떨지 내심 나도 걱정이 되었다. 워낙 활발하고 어디가서도 이야기도 잘 하고 춤, 노래를 즐기는 아이라 잘 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또 학교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부모라도 내 아이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발표도 잘 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나 또한 내 아이가 눈에 띄기를 바란 것 같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시니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내 아이는 손도 안 들고 열심히 과제만 하는 것이다. 정확히 30분이 지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손을 여러번 들며 발표를 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고 흐뭇했던 아들바보 엄마였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었는데 2학년되니 아이들이 긴장하는지 발표하는 친구들만 하고 손을 잘 들지 않았다.
손을 들어서 발표하는 친구들은 23명 중 5~6명 정도 였는데 그 중 2명의 아이가 눈에 띄게 말도 잘하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같은 학년인데 언어수준과 공감능력이 저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아이의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던 유치원시기까지는 내 아이가 눈에 띄면 너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했다. 그런데 1학년을 거치고 2학년 학부모가 되면서 아이에 대해 많이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보니 나도 훨씬 마음을 비우고 수업을 참관함을 깨달았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가 나에게 와서 안기는데 순간 울컥했다. 너무 멋졌다고, 잘했다고 말해주는데 목이 메이기도 했다. 언제 아이가 이렇게 크고 씩씩해졌는지 느껴져서였나보다. 교실 주변을 보면서 아이의 작품을 보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나의 성장과정을 만든 것이 있었는데 거기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 꼭 받아쓰기 100점 맞을게요.” 라고 씌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는 순간 아이가 나도 모르게 받아쓰기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나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가 너무 뒤처지지를 않기 바라며 연습한 것이 부담이 되었나,몇 점이냐고 물어보았던 것이 압박이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교 후 집에 온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까 엄마가 그런 문장을 봤는데 꼭 받아쓰기 100점 안 받아도 된다고, 가슴아팠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쓸 말이 없어서 쓴 거란다. 그리고 오늘은 50점 받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니 괜찮은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래, 너만 괜찮으면 됐다! 그리고 정말 그런 마음이어야 한다! 고 속으로 생각했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근처 카페에서 엄마들과 반모임을 가졌다. 약 2시간의 모임이 끝나고 2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역시나 다른 아이들은 학원과 숙제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아이들은 영어, 수학학원은 기본으로 다니고 거기다 악기, 운동 등이 코스인 듯 했다. 그러면서 또 독서토론학원을 고민하고 있었다. 학습적인 학원을 벌써 시작한 아이들은 집에 6~7시에 오고 와서는 학원숙제를 한다고 한다. 거의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내 아이는 태권도와 피아노만 가도 틈틈이 더 놀려고 하는데 이 어린아이들이 그 생활을 어떻게 견디나 싶었다. 그러면서 엄마들은 학원에 맡기려고 학원을 보내는건데 집에서 숙제를 봐주는 게 힘들다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내가 유튜브 영상이나 책을 봐서 그런지 10년 전과는 엄마들의 생각과 아이들의 생활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했지만 막상 주변 사람들을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 아마 더 시키면 시키지 않을까 한다. 아이가 집에 와서 한 말이다. 자기는 누구랑 놀고 싶었는데 걔는 쉬는 시간에 문제집을 푼다는 것이다. 안 하면 엄마한테 혼나기 때문이란다. 웃으며 아이한테 친구는 그렇게 하는데 너는 문제집 몇 개 푸는 걸로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니 이제는 조금씩 자기도 아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앞으로도 10년을 해야하는 공부가 쭉 즐거울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두 번째 느낀 것은 거기서는 웃으며 친한 척 말해도 그 엄마들의 본심을 알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말을 줄여야지 하면서도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왔다. 그러면서 와서는 너무 말을 많이 한 것에 대해 후회가 되었다. 나 또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엄마, 그 아이에 대한 평가를 하고 나와 내 아이를 비교하게 되었는데 상대방도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엄마들이 궁금하기도 하여 나간 모임이지만 집에 와서는 씁쓸한 생각들만 들었다.
꽤 긴장한 탓이었는지 그 날 집에 와서는 계속 허기가 지고 피곤했다. 그 다음날까지도 영향이 있었다. 아마 머릿속은 더 복잡하지 않았을까 한다. 역시나 공개수업과 반모임을 마치고 든 생각은 중심을 잘 잡고 내 아이만 바라보자였다. 그런 자리에서 다른 아이들의 잘 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더 공부하고 배운다하면 당연히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커나가야 할 시간은 많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내 아이만 바라보며 내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날도 아이에게 독서와 글쓰기 루틴만 꼭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