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믿음과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
아침 7시쯤 일어나는 아이. 나는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그날 할 문제집을 거실에 있는 책상에 세팅해 놓는다. 아이는 일어나서 읽고 싶은 책을 본다. 그렇게 책을 다 보면 자연스레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문제집을 하는 날도 있다. 그건 아이의 선택이다. 만약 늦게 일어나서 또는 책을 오래 읽어서 문제집을 다 하지 못한 날에는 학교 다녀와서 태권도 가기 전까지는 마친다. 공부량으로 치면 다른 아이들에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정도의 양이 우리 아이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그건 엄마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하면 좋겠지만 공부는 장기 전이기에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시키고 조금씩 양을 늘리는 중이다. 공부하기 싫다고 엄마 밉다고 하거나 집을 나가고 싶다고 울던 아이가 이제는 습관이 잡혀서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까지 된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거실에서 함께 공부를 하며 엄마가 관심을 가진다.
첫째가 5살쯤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갔는데 우연히 <거실 공부의 마법>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몇 년 사이에 거실공부, 거실의 서재화라는 말이 흔해졌지만 그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나도 그 책을 읽고 나도 이렇게 아이들과 거실에서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집에 책상이 방에 따로 있었지만 거기서 공부를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앉아있기는 했으나 집중해서 한 적이 별로 없고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가야 집중을 잘했다. 첫째가 입학하고 남들 다 사는 비싼 비용의 책상을 구입하기보다 거실에 기다란 책상과 의자를 사서 동생과 함께 쓰게 했다. 초 저까지 아이의 공부습관은 스스로 잡기는 어렵고 엄마가 계속 체크해주어야 하니 말이다. 특히 우리 첫째는 상당히 쓰는 것과 문제 푸는 것을 힘들어해 나의 도움이 더 필요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문제집이나 쓰기를 할 때 자주 가서 체크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라고 하고 나는 음식을 하거나 식탁에서 책을 보는 게 가능해졌다. 엄마가 함께 하니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고 습관을 잡아가는 듯하다. 아이만 공부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엄마도 함께 하거나 그 옆에 있어주자.
둘째, 꾸준히 해서 아이의 습관이 되도록 한다.
지난번 강성태 님 강연을 들었을 때 습관 하나를 잡는데 66일이 걸린다고 하셨다. 아이마다 다르지만 첫째와 공부습관을 잡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다. 2학년이 된 지금에야 하기 싫어도, 아침마다 자기가 문제집을 해야 하는 걸 알고 참고하는 모습이 보인다. 7세 시작부터 시켜서 이제야 하는 걸 보면 적어도 2년은 넘게 걸린 것이다. 지금이야 눈을 비비며 앉아서도 하고, 학교 다녀와서 하면 하기 싫으니 얼른 아침에 하나라도 더 하고 가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습관을 잡기까지는 짜증도 내고, 울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기적처럼 그 시간들을 견디니 이런 날들이 오고 말았다. 어제 늦게까지 외출하고 온 둘째가 오늘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했다. 그러니 첫째가 옆에서 “형도 지금 힘든데 하는 거야. 나도 누워서 쉬고 싶어.” 이러면서 문제집 하는 모습을 보이니 둘째도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기특했다. 이렇게 습관 잡기까지만 엄마가 도와주면 그 뒤는 쉬워진다. 하지만 이 습관이 잡히기까지가 길고 어려워 다들 포기하고 학원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실패하는 날이 있을지라도 내 아이를 믿고 꾸준히 해 보자.
셋째, 아이에게 믿음을 주고 지속적으로 격려와 칭찬을 해 준다.
아이에게 칭찬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잘했어.” “네가 최고야.”라는 형식적인 칭찬보다는 구체적으로 아이의 행동이나 성과에 대해 칭찬을 하라고 한다. 나는 칭찬보다는 격려를 아이에게 많이 해 준 편이 것 같다.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 아이에게 늘 말해주었다. “얼마 전에는 네가 2페이지 하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4페이지도 하네.” “우와, 지난번에는 10분 걸리더니 너 이번에는 5분 안에 여기 다 풀었어.” 등으로 아이의 발전한 모습을 격려해 준다. 그러
면 아이는 안 듣는 것 같아도 힘내서 앉아서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서 누군가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면 그런 식으로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부모의 믿음과 격려로 인해 아이는 하기 싫은 일도 해내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하기 싫어할 때 같이 화를 내기보다 아이의 발전한 모습을 격려해 주고 힘든데 끝낸 모습을 칭찬해 주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앉아서 재미없는 공부를 하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도 요즘은 30분 앉아서 책 보는 것도 힘든 세상이다. 아이에게 왜 이걸 지금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힘든 공부가 습관이 되도록 부모가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자. 그 습관이 잡히면 이제 부모는 체크만 해 주면 될 것이다. 그때까지 힘들고 끝이 안 보일지라도 조금만 더 견디며 내 아이를 믿어보자. 그러다 보면 이런 날이 오다니 하면서 감격하게 될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