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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ul 18. 2024

어느 순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도 듣기 싫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 할까

오늘 아침 아이가 구긴 문제집


첫째와는 꽤 평화로운 요즘이었다. 2학년 되고 적응의 시간이 지나니 그동안 습관 잡았던 것을 잘하고 학교도 학원생활도 즐겁게 하는 중이었다. 잠자리 전에, 중간중간 아이와 대화도 많이 하고 스킨십도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듣고 내가 조언도 해주면서 아이의 성장을 돕는 안정된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나 또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어찌 보면 단순한 나의 전업주부의 생활도 잘 견디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던 아이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 피곤한지 또 짜증을 내었다. 그러고 나니 나의 오전은 한 없이 기분이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비가 와서 공원은 가지 못했지만 여느 때처럼 6시 전에 일어나서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괜찮은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첫째가 일어났는데 또 입이 나온 채 누워만 있었다. 내가 잘 잤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또 피곤해서 저러는구나 하고 말이다. 나름 쭉쭉이로 마사지도 해 주고 잠 깨면 나오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나온 아이는 책상에 있는 문제집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아침을 준비했다. 아이가 기분 좋으라고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했는데 계속 내 말을 씹었다. 그래서 피곤하면 방에 가서 더 누워있다 나오라고 했다. 문제집을 다 했다기에 수학문제집도 했냐고 하니 말없이 펴더니 꾸기는 것이다. 그제야 나의 한계도 다하고 폭발했다. 너 지금 하는 거 덮으라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방에 가서 너의 기분이 나아지면 나오라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러면 대화를 하고 상황을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말을 하는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을 모면해 버리려는 모습이 화가 났다. 나 그 말 듣기 싫으니까 너 그냥 방으로 가라고 해 버렸다. 평소처럼 둘째에게는 밥 먹으면서 책을 읽어주었다. 시간이 길어지니 첫째가 방문을 조금 열며 놀이방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둘째가 유치원 갈 준비까지 끝내고 평소에 나가는 시간 10분쯤 남았을 때 첫째를 불렀다.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왜 그랬냐고 하니 엄마가 애벌레 갔다고 해서 그랬단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엄마의 탓으로 돌리려고만 했다. 그래서 너는 엄마가 애벌레 같다고 하기 전부터 기분이 안 좋았고 엄마의 말에 대답을 안 했다고 하니 사실은 피곤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평소에 아이를 잘 혼내지 않는 나는 이번에는 단단히 이야기했다. 엄마는 너의 화풀이 대상이 아니라고 말이다. 네가 피곤하다고 말하면 엄마는 기다려 줄 것이고, 공부하기 싫으면 이따 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언제 너한테 지금 당장 해야 된다고 한 적 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선생님, 할머니 등 어떤 어른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기분이 별로라서 말하기 싫으면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기다려 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계속 대답 안 하고 화를 내고 있으면 아무도 너의 마음을 알 수 없고 버릇없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엄마는 너를 사랑하지만 네가 올바른 어른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밥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가라니 3분 안에 다 먹는다. 평소 잘 먹는 아이가 엄청 배고팠나 보다.. 밥 먹는 아이에게 방에서 무슨 생각했냐고 물어보았다. 자기가 잘못했고 못났다고 생각했다며 우는 것이다. 너는 지금 9살이라 지금 네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수 있고 또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엄마가 계속 이야기해 주고 잘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누구나 화나고 피곤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푸는지가 중요하다. 엄마가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오늘 같은 행동을 해서 엄마도 화가 났다고 말해주었다.      


 준비를 다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동생과 농담을 하며 등교하는 아이다. 아이는 기분 좋게 갔는데 아이를 보내고 난 나는 계속 기분이 다운이다. 오전에 하려고 계획한 것을 다 못 하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이와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을 빼고 나면 나의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린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앞으로 이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모해야 되며 그 순간들을 이겨내야 하는 것일지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깎이지 않은 바위를 매끈하게 돌멩이로 만드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아직 자라고 배우는 중이다. 그 과정을 함께하며 어려움도 있고 인내도 필요하다. 순간순간 잘 이겨내야 하며, 힘들 때 한 없이 그 감정 안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 앞에서 내 감정이 우선이 되지 않게 나 먼저 일상에 감사하고 절제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내 감정을 적어 내려 가는 것이 나에게 치유가 된다. 하교하는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어야겠다.     

 그렇게 엄마도, 아이도 성장하는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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