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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ul 29. 2024

학교가는게 너무 재미있는 아이

아이의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늘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가 학교 가서 어떻게 오랜 시간 앉아있을지 늘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조금이라도 학교에 일찍 가고 싶어서 빨리 나간다거나 체험학습 가서 결석할 거라고 하면 학교 가는 것도 좋아해 결석을 기뻐하지 않는다. 글쓰기 할 때도 하루 중 좋은 시간은 학교공부와 밥 먹고 티브이 보는 시간이라는 아이다.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가 감사하면서 생각이 든 것이 내가 미리 아이에게 학습적인 부담을 주거나 선행을 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나에게 우리 아이는 미리 배우고 오지 않아서 수업시간에 눈이 초롱초롱하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떠올랐다. 아이에게 책만 읽어주고 엉덩이힘 기르도록 문제집 2페이지 하는 것 외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얼마 전 첫째와 같은 반인 여자아이의 언니와 만났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때부터 알았는데 2학년 되어서 같은 반이 되었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남자 여자 같이 어울리기보다 남자는 남자아이들끼리, 여자는 여자아이들끼리 많이 노는 경향이 보인다. 언니가 함께 문화센터 다니는 여자아이 엄마들과 이야기하는데 그 집 여자아이가 말하기를 우리 반애 얌전한 남자아이 두 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첫째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부터 활발했던 우리 아이를 아는 언니는 속으로 놀랐다고 한다. 그날 언니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생각을 해 보았다. 아기일 때부터 첫째는 얌전한 것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해 쫓아다니느라 힘들었으며 워낙 에너지가 많았다. 브런치에도 여러 번 썼지만 또 학습습관 잡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모범생인 것은 책육아나 다른 양육태도도 관련이 있지만 아이가 선행학습이나 학습적인 부분을 많이 하지 않고 아직도 방과 후 놀 시간을 충분히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의 주변만 보아도 첫째처럼 많이 노는 아이는 드물다.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오후에는 영어나 수학 등 학습적인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저녁에 태권도, 수영 등 예체능 학원 가는 아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번 공개수업 때 눈에 띄게 똑똑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도 엄마가 일하시고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수업 때 우리 아이와 너무 다르게 똑똑한 모습에 부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첫째가 지나가는 말로 그 아이는 아직도 수업시간에 갑자기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장난을 친다는 것이다. 그걸 듣고 깨달았다. 아직 학습적으로 조금 앞선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을 많이 하면 수업시간에 앉아 있는 것이 어렵고 재미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이의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지금 놀아야 할 시기에 에너지를 풀지 못하면 정말 공부해야 할 시간에 할 수가 없다. 만약 에너지가 많은 첫째가 하교 후에 영어학원 가고, 수학학원 가고 집에 와서 학원숙제를 한다면 학교에서 얌전한 아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학습하느라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 동안 빼앗긴 에너지는 어딘가에서는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고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시간이 오래되면 정작 공부해야 할 중, 고등학교 시기에 번아웃이 오거나 공부를 포기해 버리는 일도 생긴다.    

       

“ 그 자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나중에 캐딜락을 살 수 있는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야.”     
“ 학교에서 그런 것 말고도 많은 걸 얻어가는 학생들도 많아.”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초등학생인 지금은 학습적으로 조금 빠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또 학교에서는 학습적인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습 이외에 사회성, 인성, 수업태도 등 다양한 것을 배운다. 지금 시기에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아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참다가 그 풀지 못했던 에너지가 나중에 나올 수가 있다.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가? 위의 책의 구절처럼 단순히 캐딜락의 위치만을 위해서 지금 1등을 해야 하고 수학 몇 년 앞선 선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충분히 놀고 책으로 배경지식을 쌓으며, 공부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는 아이로, 나의 꿈이 있어 그걸 이루려고 공부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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