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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Jul 15. 2024

엄마 혼자 행복해도 될까

 

거의 178도쯤 차이가 나는 두 가지 상반된 연재를 하고 있다. 

‘엄마 혼자 버스 타고 아이슬란드’와 ‘아들 진짜 싫다’가 그것인데… 



이건 뭐 '지킬 앤 하이드'의 엄마 버전도 아니고… ㅡ ㅡ 



두 연재를 넘나들며 감정의 슬라이드를 타며 현타가 오기도 한다. 



‘엄마 혼자 버스 타고 아이슬란드’를 통해서는 큰 에너지, 무한 기쁨, 충만함을 느끼고… 

‘아들 진짜 싫다’를 통해서는 분노, 통곡, 반성, 인내, 겸손, 다짐, 사랑(해야지)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이 순간 불현듯 왜 30년 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곡이 떠오르는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왠지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사랑... 해야지.....






지인을 만나 나의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그녀는 썰을 푸는 내 모습을 보더니 진짜 당신의 모습을 보는 거 같다고 좋아했다. 

그러다 그녀가 물었다. 

‘당신의 달라진 모습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냐’고. 



나는 돌연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나의 아이슬란드행이 가져온 긍정성이 내 가족에게 뭔가를 미치기라도 했던가. 

남들 앞에서는 달뜬 얼굴로 아이슬란드의 추억에 대해서 떠들다가도 귀가하는 순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앵거(Anger)가 되어 버리고 마는 나 자신인데. 

Anger. 외부 이미지

그러니까 아이슬란드에서의 18일 만으로는 가족들에게 하트를 날리기에는 역부족했나 보다. 에이, 그렇게 쉬운 감정이었으면??? 



잠시 멈칫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죄책감을 느낄 뻔했다. 호흡 한번 하고,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만일 남편이라면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더 좋은 아버지가 되었을까? 아이들에게 친절해졌을까? 아닐걸? 더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고 죄책감을 느꼈을까? 에이 말도 안 되는! 그럼 죄책감을 갖지 말자. 아이슬란드에서 나는 그냥 나 혼자 행복했던 걸로! 



오늘의 짧은 생각. 

끝.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결석 누적 시 학교 봉사 조치가 주어지며, 이후에도 누적될 시 사회봉사를 해야 하는데, 사회봉사까지 가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시길, OO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으므로 학교에만 나와주면 참 좋겠다는 말을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전달해 주십사,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십사, 아이에게 환기해 주는 식으로만 해 주십사,라고 강조하셨다. 



선생님도 참 힘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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