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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Dec 23. 2023

3년 만에 찜질방을 가자고 하니 아들이 거부했다    

강추위엔 역시 찜질방인데  

'퇴근하는 중. 같이 저녁 먹자.'
남편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하 15도. 퇴근길 강추위가 두려웠다는 남편은 칼퇴를 했다. 원래는 국이 없을 예정이었지만 부르르 떨며 들어오는 남편을 위해 호로록 계란국을 끓였다. 불고기 전골과 비빔밥까지 해서 거하게 저녁을 먹은 후 그제사 온기가 돈 듯 식탁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몸을 기댄 남편이 말했다.
 



"아~ 찜질방 가고 싶다." 

"그러게. 한 3년 못 갔나?"

"갈까?"

"지금?"

"응!"
"내일 애들 학교 가야 하는데?" 



밤 9시였다. 



"가자 가자 가자!!!" 

작은 녀석은 이미 신이 나 있었다. 큰 아들의 얼굴을 살피니 씽끗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오랜만에 네 가족이 뭉쳐보는구나.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난 안가." 큰 아들의 급발진. 

"아 왜 왜 왜~~ 가자, 같이 가자!" 

"찜질방 재미없어." 

"몸 뜨끈하게 담그고 오는 거지. 야식도 먹고. 가자~~" 

"......" 



실은 찜질방 얘기가 나왔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야! 니거 안 봐! 아빠랑 동생인데 뭐가 어때서?" 

아들이 씨익 웃었다. 

"부끄럽단 말이야. 아 몰라, 난 안 가. 재미없어." 



우리는 찜질방 애용 가족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사람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을 피하게 되면서 찜질방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코로나가 터진 게 아들이 6학년이 되던 2월, 그리고 이제 아들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2차 성징을 커밍아웃해야 하는 상황 앞에 아들은 단호했다.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최소한 사춘기 동안에는 아빠, 동생과 함께 목욕탕에 가지 않겠구나, 싶었다. 아빠와 아들이 탕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등을 밀어주는 것. 뜨끈한 물 안에서 이완된 몸처럼 조금은 더 풀렸을 마음. 대화의 시간들. 찜질방에서 맥반석 계란을 엄청나게 까먹고 함께 만화책을 보며 뒹굴거렸던 기억. 돌연 잃어버린 그 시간들이 실감되었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아지는 것들. 이 기간에 아이가 사춘기가 된 가정은 비슷하겠구나, 싶었다. 소중했구나.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인근 찜질방들은 죄다 없어진 지 오래였다. 우리는 26km를 달려 외곽에 있는 찜질방에 도착했다. 아들에 대한 아쉬움은 찜질방 간판이 보이자 설렘으로 바뀌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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