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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Feb 09. 2024

수술 후 회복실에서

아이들이 울었다 

1년 전 여느 퇴근길, 어이없이 넘어진 남편은 어깨를 다쳤다. 나사 10개를 박았고, 1년이 되는 이틀 전, 나사 제거 수술을 받았다. 




두 번째이고, 스케줄이 잡힌 수술이라 보호자인 나의 마음은 한결 여유로웠다. 검색해 보니 중형 병원에서는 1박 2일, 더 작은 병원에서는 3박 4일도 입원시키는 수술이지만 서울대병원 회복실에서 받은 안내종이에는 수술 후 4시간이면 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암환자도 1박 2일 만에 퇴원시키는 게 대학병원 상황이니 어깨수술쯤이야. 그러나 수술 후 남편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다. 




회복실의 공기는 덥고 답답했다. 남편은 수액과 진통제를 맞다가 잠들었다. 전날부터 나도 한숨도 자지 못한 터라 졸음이 몰려왔다. 의자에 앉아 조는 것도 잠시, 날카로운 아이의 비명에 퍼뜩 잠에서 깨었다. 침상 커튼 사이로 살짝 보이는 맞은 편의 아이는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고 있었다. 세 살 정도 되었을까. 양쪽 눈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 아이. 동시에 두 눈을 수술한 듯했다. 안쓰러워라, 어떡하나… 보호자 한 명만 입실이 가능한 회복실에서 아이 엄마는 행여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아이를 다급하게 달래고 있었다. 소용없었다. 아이는 “안돼!” “그만!”을 연발하며 절규했다. 




나 또한 전신마취 후 회복한 경험이 있기에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서 첫 세네 시간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모여있는 회복실이다. 양쪽 눈을 다 볼 수 없고, 물리적인 고통만 가득한 상황에서 아이는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까. 아이의 끊임없는 비명 속에 우리 침상의 커튼 너머 다른 몇 명 어린이 환자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아플까,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발 제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어른인 내 남편의 회복은 지금 급한 게 아니었다. 




퇴원하면서 알았다. 그곳이 당일퇴원인 수술 환자 중 사시수술과 어깨수술 환자들의 회복실이라는 것을. 사시수술을 한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병원에 와서야, 직접 보고서야 잠시 겸손해진다. 전쟁 같은 상황과 절규하는 환자들을 목도하고 나서야 건강한 일상이, 무탈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회복실에서 소리로만 보았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모두 잘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맑은 눈으로 건강하게 살기를. 앞으로는 절대 절대 아프지 마. 






퍼뜩 그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중국 작가 위화의 역사 소설 ≪원청≫. 


그들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신선한 공기를 먹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입을 벌렸다.



납치되어 수일간 감금되었던 이들에게 야외에서 잠시 마스크가 벗겨지고 제대로 숨 쉴 기회가 주어지자 그들은 마치 '공기를 먹듯이' 게걸스럽게 입을 벌린다. 



눈, 코, 입, 손, 발, 다리, 어깨. 그뿐이랴. 

소중한 것을 소중한 지 모르고 살아가는 것. 







조금 다른 이야기일까. 


우리나라 장애인 수 265만 명(전체 인구의 5%). 그들을 마냥 딱하게 여기는 것, 혹은 무관심과 경계, 심지어 차별. 그러한 올바르지 않은 감정을 돌아보고 바로 세움과는 별개로 내 삶에 우연히 주어진 아프지 않은 몸에 수시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 그리고 나와 다른 몸을 가진 이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헤아려보는 노력. 나 또한 잘하고 있다고 보기는 전혀 어렵지만 이 글의 끝에 언급해 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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