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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Oct 12. 2024

소실점

슈뢰딩거와 고양이와 나의 중첩


<슈뢰딩거>


사실. 사실이라는 말도 사실 어쨌든 사실.

아니 다시. 지금 이 순간의 활자가 눈을 통해

망막과 시신경과 전두엽을 돌아오는 동안의 사실.

지구는

상자입니다.

우리가 관찰하면

둥근 구가되지만

사실은 그 구도... 여기서 사실은 우리가 관찰할 때의 그 시간에서의 사실은. 구도 상잡니다.

다락에 숨겨둔 상자에서 모든 게 시작됩니다.

그 상자에 들어간 고양이의 생사를

궁금해한 게 문제였어요.

고양이가 죽든 말든 왜 우린 고양이의 안부를

묻게 되었을까...

그때부터 모든 사실.. 지금 우리가 시신경으로 이 이야기와 상자인 지구와 구의 착각과 고양이의

생사를 말하는 순간의 사실에서의 사실

사실 이 상자 안의 지구인이라 그르렁 거리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사실은 고양이라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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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틈:대전역)

  중첩. 양자(퀀텀)는 물리학의 울타리 안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나이면서 당신인 것들은 이를테면 폭삭 늙어버린 아버지와 나 사이에도 존재한다.


  내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양자를 말할 수 있다. 마치... 이 이른 토요일 아침에 고양이가 깬 커피 서버를 보면서 깨진 저 유리그릇이 이제는 유리그릇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떠올리는 것과 망각하는 것을 서로 대치되는 반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 가슴을 얼렸던 슬픈 이별과 그 이별 전의 벅찬 만남도 기억의 한 점으로 수렴된다. 평행한 철길처럼 사실은 닿을 수 없지만 소실점에서 하나가 되는... 오로지 내 시선의 착각일 뿐이라고 하기엔... 우리의 시간과 공간 그걸 바라보는 나의 수명과 안구와 시신경의 한계이고 모든 것일 뿐이라는 사실.


  그래서...

당신에게 이 늦은 잡시와 마음을 이제야 보냅니다.

소실점으로 전송된 이 글들은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

<소실점>


다시는 닿을 수 없고

영원히 안아줄 수 없는 우리는

철길처럼 평행하다가 저 끝 어딘가

내가 달려간 만큼

달려도 달려도

또 그만큼 멀어지는

소실점에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있지만 없는 소실점.

그게 우리의 사랑이었고, 운명이었으며

지구라는 소실점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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