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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Sep 11. 2024

겨울테

 생의 눈금, 멈추면 성장한다.

(사진-김틈 : 2018년 파주3릉 산책길 나무의 나이테, 좁을수록 혹독하고 추우며... 단단하다.)


나무도 

겨울에 나이 든다

잠깐, 

멈출 때


사람도 나무도 

생의 눈금을 그리는 시간


이만큼 왔구나 이만큼 컸구나


봄을 잊지 않으려

겨울을 토닥인다.


문득, 멈춘 모든 이들 

그 여린 가슴에

나이테가 번진다 

단단한 눈금


숨을 참고

시간의 수면 위로 

돌을 던지면

나이테는 꿈을 꾼다 


멈추면 

자라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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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나이테는 북쪽이 촘촘하고 남쪽이 넓다.

힘든 부분이 촘촘한 이유는 더 단단하기 위해서다.

고생을 많이 하고 견딘 사람들은 단단하다.

삶의 눈금이 있어 

그 눈금으로 내 고통을 헤아려줄 줄 안다. 


봄이면 목련, 북향화는 일제히 꽃을 북으로 향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전설처럼

남쪽의 온기로 핀 꽃은

북쪽을 바라보며 오래 향기롭고자 한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사랑 같고 

바라는 것 없이 사랑하는 마음의 짝사랑 같다.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도 그렇고 허망하게 한 날 한 시에 수 백 명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천천히 비명도 없이 직장을 잃고 희망을 잃고 사랑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갑자기 닥친 한파처럼 찾아온 고통에 

삶이 멈춘 것 같을 때

그 자리에 눈금이 하나 그어진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시 봄으로 나아가기 위한 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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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피할 수 있어도(피서)

추위는 서서 막을 수밖에 없다.(방한)


추위는 

받아들이는 게 옳다는 

삶과 자연의 지혜와 이치인 것 같다. 


이 무더운 8월에

추위 걱정을 해보니 

마음만이라도 더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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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필명은 틈이 아니라 '푸른 나이테' 였다. 

고통을 이겨 단단하고 관록이 쌓여 지혜로워도 젊고 유연한 생각과 태도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

그런데 푸른나이테라는 30대의 필명은 푸르지도 나이테를 쌓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감정은 흔했고, 욕망은 과했고, 절망은 쉬웠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려 했고

모두에게 나쁜 사람이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한 사람의 평화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세계를 평화롭게 하겠다는 꿈은 허망했고

그래서 한 사람과 한 순간의 평화를 희망했다. 


아이들에겐, 아니 벗들과 사랑하는, 사랑했던 이들에겐

나이테가 굵어가는 튼튼한 나무였다가 

밑동으로 남아 쉴 곳을 주는 그루터기면 좋겠다. 


내 겨울이 있어

당신들이 기댈 수 있다. 


내 아픔이 있어

당신들을 위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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