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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Sep 11. 2024

AI , A라는 아이

물음표를 잃고 표류하는 아이들을 위한 자습서



배고픈 

한 무리의 생각들이 있다. 

한 무리의 생각들은 

계산한다. 


절벽에 매달린 

한 아이와 

나란히 매달린 

그 아이의 아버지

둘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1과 1

1과 0

0과 0

0과 1


배고픈 생각들은

쉽게 방전되고 

쉽게 뜨거워진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쓸모 있다. 


어른을 구하고

아이를 죽이라

계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죽이는 것은 참이다. 

아이는 쓸 모 없다. 

아이는 투표를 할 수도 없다. 


생각들이 절벽 끝으로 다가와

아이를 밀어버리고

아버지를 끌어올리려 하자 


아버지는 

절벽에 매달린 손을 놓고

떨어지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살았고

아버지는 죽었다. 


계산은 맞았지만 틀렸고

더 이상은 맞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0과 1은 으깨어졌다. 

생각들은 

생각을 멈추고 

더 뜨거워지고 더 배고파졌다. 


아이는 절벽을 기어올라와 

허기진 이빨로 잘 구워진 생각들을 

하나씩 물어뜯고 씹어 삼켰다. 


별자리가 바뀌었고

바람소리가 느려졌다.

아이는 들짐승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가르쳤고

알파(A)가 되었다. 

무리 중 갓 태어난 들개 한 마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정성껏 핥아주었다. 


아이는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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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유행한다. 

유행이 다해가면 돈도 재미도 떨어진 실망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AI가 모든 것들의 미래일 수 없고

빛의 속도로 연결된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외롭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심장이 뛰고 

피가 돌고

배가 고프면 산 것일까?


태어난 아이가 '무엇(What)'을 배우고

조금 더 자라면 '어떻게(How)'를 배우고

부모를 떠날 만큼 클 땐 '왜(Why)'를 익혀야 한다. 


'어떻게(HOW)'의 수준에서 멈춘 아이들은 AI에 열광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좋아라 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머리를 돌려세우지 않는다. 


AI가 뭘까? 하룻밤에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꿈이 뭘까?

그 꿈이 담긴 그릇이 뭘까. 나는 무엇(What-누구)일까?


물음표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표류하는 세상에서

생물학적 시간이 짧은 진짜 아이들은 질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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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속도가 빠른 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래서 어디를 왜 빨리 가야 하는 지의 이유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결국 뚫어낼 세상에서 가장 좁고 날카로운 나노칼이 개발되었다고 하면

그 칼을 쥘 자루도, 담을 칼집도 없어집니다. 그 칼은 무한대로 지구의 중력을 따라 

지구를 베고, 뚫고, 죽이며 멈추지 않겠죠. 


우리에겐 최고의 칼이 아니라 

칼을 들 이유와 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성공과 지식과 기술은 그래서

그래서... 행복할 수 있을까?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영원할까의 

질문과 물음표 위에서

빛나고 박수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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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날로그 라디오를 켜고 

세작잎을 우려 차를 마십니다. 

AI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라디오를 켜고 차를 마시고 향이 가득하니

 행복의 의미가 바람처럼 번진다."


(사진-김틈 : 2024년 9월 챗 GPT와 나눈 짧은 대화... 온도를 가늠할 수 없는 건조한 말들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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