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님의 응원과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나는 사고 후 일주일만에
극적으로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부러진 목뼈가 머리 무게를
제대로 지탱할 수 없기에
여전히 서서 걷는다는 것은
어깨와 뒷통수의 많은 고통을 수반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5분, 10분
식사 후에 걷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일주일 간 고목나무처럼
천장만 바라봐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기적과도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극적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해진 이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힘들지만
침대를 90도 세운 뒤
식사를 했고,
식사를 한 뒤에는
목 통증을 견디면서
10분에서 15분가량 산책을 했다.
똑바로 선 자세로
제대로 구경한 내 병실
일주일간의 고통이 벌어진 그 현장에서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이전의 삶을 돌아갈 순 없다.
이제 세상을 바르게
바르게만 보고싶어.
식사 후 걷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주일간 지속되던 소화불량과
변비도 없어졌다.
정신과 협진으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는 다행히도
꽤나 효과가 좋아서
약을 먹은 뒤로는
단 몇시간이라도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을 바로 보고,
내 두 다리로 바닥을 딛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삶
이 일상을 돌려받은 뒤,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숱한 이름 모를 고통과
원인 모를 통증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슬픔과 절망,
울음과 좌절로만 덮여있던
나의 얼굴에도 조금씩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직립보행을 한 지
2주가 지나면서 흐물흐물했던
다리에도 조금씩 힘이 붙기 시작했다.
하루에 10분만 걸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했던
목과 뒷통수의 고통도
조금씩 약해졌다.
식사 후 운동시간은
10분에서 20분으로, 20분에서 30분으로
점점 늘어갔고,
운동강도가 높아지면서
빠져버린 다리 근육도 다시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열 숟갈을 떠먹기 힘들 정도로
뚝 사라졌던 입맛은
어느샌가 돌아와
병원 1,2층을 둘러보며
사람도 구경하고
병원도 구경했다.
식사 후 산책하는 이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설레는
활동이 되었다.
나와 항상 운동을 동행해줬던 남편
남편은 내가 걷기 시작하자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남편과 식후 산책을 하며
내가 가장 자주 한 말은
"너무 재밌다~~~" 였다.
남편은 나의 모습이 마치
갓 걸음마를 뗀 아이같다며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좋죠. 아니 너무 신기하죠.
세상에 처음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신기해"
"당신도 내가 걷게 되니 좋아요?"
"좋죠. 꿈만 같아요."
"뭐가 젤 좋은데요?"
"이거요!!"
양쪽 볼을 손으로 집어
찌그러트려 보이는 남편
사고가 나기 전부터 항상
나를 '아가'라고 불러주며
사랑스럽고 귀엽다 여겨주던 그는
내가 걷기 시작하자
누워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애정표현을 다시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보조기 찬 모습이 영 이상하진 않아요?"
"아니요? 이것도 나름대로 귀여운데요"
"아가는 뭘 해도 귀여워요"
그래 다행이다
남편이 나처럼
다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