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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Oct 09. 2024

7화: 슬기로운 병동 생활

간호사님의 응원과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나는 사고 후 일주일만에

극적으로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부러진 목뼈가 머리 무게를

제대로 지탱할 수 없기에

여전히 서서 걷는다는 것은

어깨와 뒷통수의 많은 고통을 수반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5분, 10분

식사 후에 걷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일주일 간 고목나무처럼

천장만 바라봐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기적과도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극적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해진 이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힘들지만

침대를 90도 세운 뒤

식사를 했고,


식사를 한 뒤에는

목 통증을 견디면서

10분에서 15분가량 산책을 했다.


똑바로 선 자세로

제대로 구경한 내 병실

일주일간의 고통이 벌어진 그 현장에서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이전의 삶을 돌아갈 순 없다.


이제 세상을 바르게

바르게만 보고싶어.


식사 후 걷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주일간 지속되던 소화불량과

변비도 없어졌다.


정신과 협진으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는 다행히도

꽤나 효과가 좋아서

약을 먹은 뒤로는

단 몇시간이라도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을 바로 보고,

내 두 다리로 바닥을 딛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삶


이 일상을 돌려받은 뒤,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숱한 이름 모를 고통과

원인 모를 통증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슬픔과 절망,

울음과 좌절로만 덮여있던

나의 얼굴에도 조금씩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직립보행을 한 지

2주가 지나면서 흐물흐물했던

다리에도 조금씩 힘이 붙기 시작했다.


하루에 10분만 걸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했던

목과 뒷통수의 고통도

조금씩 약해졌다.


식사 후 운동시간은

10분에서 20분으로, 20분에서 30분으로

점점 늘어갔고,


운동강도가 높아지면서

빠져버린 다리 근육도 다시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열 숟갈을 떠먹기 힘들 정도로

뚝 사라졌던 입맛은

어느샌가 돌아와


병원 1,2층을 둘러보며

사람도 구경하고

병원도 구경했다.


식사 후 산책하는 이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설레는

활동이 되었다.



나와 항상 운동을 동행해줬던 남편

남편은 내가 걷기 시작하자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남편과 식후 산책을 하며

내가 가장 자주 한 말은


"너무 재밌다~~~" 였다.


남편은 나의 모습이 마치

갓 걸음마를 뗀 아이같다며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좋죠. 아니 너무 신기하죠.

 세상에 처음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신기해"


"당신도 내가 걷게 되니 좋아요?"


"좋죠. 꿈만 같아요."


"뭐가 젤 좋은데요?"


"이거요!!"

양쪽 볼을 손으로 집어

찌그러트려 보이는 남편


사고가 나기 전부터 항상

나를 '아가'라고 불러주며

사랑스럽고 귀엽다 여겨주던 그는


내가 걷기 시작하자

누워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애정표현을 다시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보조기 찬 모습이 영 이상하진 않아요?"


"아니요? 이것도 나름대로 귀여운데요"

"아가는 뭘 해도 귀여워요"


그래 다행이다

남편이 나처럼

다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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