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을 다녀온 뒤
복통이 밀려왔다.
쑤시듯 아프며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정성과 애정의 빛깔 뽐내던
진수성찬의 심술일까
우연히도 맞물려 피어난
내 장기 속 질병의 꽃일까
영문모를 아픔에 취해
잠인 듯 죽음인 듯
시간을 컴컴하게 칠하다,
문득 알 것만 같았다.
향기로운 믿음으로
나에게 드러내 보인
너의 역사, 고통, 고뇌, 삶
그 극적인 현실의 이야기
위로라는 건방을 떨지 못할
피와 눈물의 날카로운 서사가
내 뱃가죽을 찢고 깊숙이도
파고든 모양이다.
그 부조리한 재난들이 남기고 간
한 올의 터럭만으로도
배가 이토록 끊어질 듯 아파
괴로웠던 거다, 나는
어리석게 착한 너는
감히 아틀라스를 비웃어도 될
끔찍한 형벌의 시간을 견뎌온 것이다.
죄라고는 성스런 자애뿐임에도.
너의 웃음 만발하는 화원을 그리며
죽음을 꿈꾸게 한 너의 과거를 기리며
한 마디의 사랑도 주지 않은 내 악마를 벌하며
한동안 더, 복통에 나를 방치한다.
약은 먹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