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22화

복통의 이유

by 문창승

너의 집을 다녀온

복통이 밀려왔다.

쑤시듯 아프며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정성과 애정의 빛깔 뽐내던

진수성찬의 심술일까

우연히도 맞물려 피어난

내 장기 속 질병의 꽃일까


영문모를 아픔에 취해

잠인 듯 죽음인 듯

시간을 컴컴하게 칠하다,

문득 알 것만 같았다.


향기로운 믿음으로

나에게 드러내 보인

너의 역사, 고통, 고뇌, 삶

그 극적인 현실의 이야기


위로라는 건방을 떨지 못할

피와 눈물의 날카로운 서사가

뱃가죽을 찢고 깊숙이도

파고든 모양이다.


그 부조리한 재난들이 남기고 간

한 올의 터럭만으로도

배가 이토록 끊어질 듯 아파

괴로웠던 거다, 나는


어리석게 착한 너는

감히 아틀라스를 비웃어도 될

끔찍한 형벌의 시간을 견뎌온 것이다.

죄라고는 성스런 자애뿐임에도.


너의 웃음 만발하는 화원을 그리며

죽음을 꿈꾸게 한 너의 과거를 기리며

한 마디의 사랑도 주지 않은 내 악마를 벌하며

한동안 더, 복통에 나를 방치한다.


약은 먹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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