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뜻밖의 방향에서
“야! 이, 씨발년아-!”
태어나 처음으로 듣는 욕이다. 그러나 그 정도에 넋이 나갈 정소장이 아니다.
대꾸할 틈도 없이 전화는 끊겼다.
정소장은 전화를 걸었다.
당신들과의 대화는 녹음되었고, 금방 내게 뱉은 욕설도 녹음되었으며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자는 당황하며 남자에게 욕했냐고 물었고 남자의 어벌쩡한 대답에 여자는 악을 쓰며 야단을 했다. 부부의 싸우는 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파동을 일었다. 정소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 오후 3시 30분.
1009호 소유자 부부가 빈집 수리를 하겠다고 했고 공사업체 차량이 몇 대 입차할 것인데 주차비를 무료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당연히 안 되는 요구였고 정소장은 상황 설명을 했다. 아니, 하려 했다.
- 우리 단지는 아시다시피 입주자 등의 차량 1대는 무료고요, 이후 2대부터는 요금이 부과되며, 외부차량은 웹할인제도를 사용하여 입주자분이 정산하셔야 합니다.-
여자는 설명 필요 없고 집수리 하는데도 돈이 들어가는데 주차비까지 내라고 하냐며 당치 않은 억지를 썼다. 여자가 말이 딸리면 남자가 전화를 뺏어 들고 달라 들었고 그러다 남자가 말이 딸리면 다시 여자가 전화기를 넘겨받았고 다시 남자가, 또다시 여자가. 그렇게 부부는 전화기를 번갈아 가며 억지를 부리기를 거품 문 개 같았다.
정소장은 상담이 불가피하여 전화를 끊고, 끊고, 또 끊고, 그렇게 몇 시간을 그들의 토사물 같은 말을 받으며 보냈다. 해야 할 업무가 밀렸다.
이렇게 된 바에야 정소장도 오기가 생겼다.
‘니들에겐 앞으로도 절대 공짜는 없어! 그리고 서비스도 받으려 하지 마!’
그렇게 몇 시간 잠잠하다 싶었는데 그 욕 한마디 내뱉고 끊은 것이다.
그들이 내뱉은 욕이 그들의 입속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사납지만 보잘것없는 짐승이 되었다.
다음날,
케이블 선으로 오간 시끄러운 소리들은 다시 해라암의 고요에 묻혔다.
사무실 한쪽에 자리한 파키라 잎이 잠시 고요에 흔들렸다.
넓은 회의실 테이블에 정소장은 오래 침묵과 함께 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주차 관제를 사무실에서 맡다 보니 업무폰으로 걸려오는 전화 90%가 주차민원이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 고민은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었기에 오랜 침묵에 비해 결단은 빨랐다. 본사에 보고하고 업체를 선정받았다.
- 오피스텔은 공동주택과 달리 업체 선정에 입찰에서 조금 자유롭다.-
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주차장을 도맡아 운영해 줄 업체와 계약을 추진했다.
그렇게 빌딩숲의 바람이 또 한 차례 훑고 갔다. 그러나 덕분에 주차업무에서 자유로질 수 있게 됐으니 어제 분 바람은 회색빛이 아닌 것이다.
파키라 잎이 또 한 번 흔들렸다.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
가끔, 변화의 바람은 뜻밖의 방향에서 불어온다.
ⓒ-J.
ps. 1인칭 시점으로 쓰려다가 시선의 폭을 넓히려고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