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는 네가 있을 것이다

by Lunar G



백발이 된 하얀 꽃 옆에

까맣게 탄 은행 열매가 놓였다

속을 태우며

결실을 만들어온 검은 열매가

세월의 시가 되어 돌 위에 내려앉아 있다


바람이 시(詩)를 데려다 놓고

꽃이 향을 전해오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에 담긴 눈물의 아련함을

구름 사이에 아로새긴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누군가는 미소를 짓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저마다의 사랑의 시간이 점이 되어 하늘에 박힌다


노을이 번져가는 시각

하늘이 시간을 붙들어 두려

붉은 외침을 전해오고

새는 그런 빨간 하늘에 하얀 시간을 긋고 같다

그 사이로 어둠은 밀물이 되어 밀려든다


어둠을 배경으로 빛이 들면

시간이 별이 되어 하늘을 채워온다

어둠이 검지만은 않게 된 것은

아픔의 날들이 달빛이 되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린 어둠이 지고 나면 빛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시간을 걷다 보면

찬 계절이 가고 따뜻한 새 계절이 와 있을 것이다

시작과 끝을 끝없이 반복하는 시곗바늘처럼

묵묵히 걸어온 시간이 길이 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네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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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raper_The Golden R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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