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다짐

by Lunar G

미워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더라.


네가 미운데,

미워 죽겠는데

지금은 힘이 없어서

밉다는 말도 할 수 없고

원망도 할 수 없다.


사랑을 하긴 했는지

남은 힘이 한 톨도 없어서

이 순간은 숨 쉬는 것도 버겁다.


누군가를 가슴에 담기 위해

날 전부 비워버린 걸까.


사랑이 지나간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남았다.


끝이 이토록

허무하고 허망한 거라면

사랑하지 말아야지.

내가 무너지도록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더는 고개 돌리지 말아야지.


미워하고 탓할 힘마저

남겨져 있지 않은 그런 일은

내 몫이 아닌 것 같으니

사랑, 네가 아무리 유혹해도

이젠 쳐다도 안 봐야지.


등 돌리는 일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함을

멀어지는 사랑을 보고서야 깨우친다.

F. Picabia_H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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