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 영어 학원에서 )
[백수]
"여보세요"
"아, 제이슨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ELI 외국어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 그만두고 중학생 과외 좀 하다가 지인 소개로 들어간 외국어 학원인데 페이도 작고 아이들도 쉽지 않고 적성에 맞지 않아 도망 나오다시피 그만두었던 학원이다. 사실 솰라~솰라~ 유학파가 즐비한 외국어 학원에서 내 발음은 쫌 거시기했다. 일 년도 더 지났는데 대머리 원장님이 내 번호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니. 시간 날 때 놀러 오란다. 뭐~ 다음날 바로 놀러 갔다.
"그때는 정말 죄송했어요."
"방과 후 공부방 아이들 상대로 영어회화 초급반 강의 위탁이 들어왔는데 제이슨 샘이 생각이 나서 해볼래요. 예전에 어르신들 영어도 해봤고."
이 원장님 왜 나를. 그것도 수업 못하겠다고 토꼈던 나를. 게다가 초등학생들이라니."
"생각 좀 해 볼게요."
까고 있네. 생각은 무슨. 얌마, 지금 니 처지를 생각해 봐. 땡큐지. 그것도 수업 못하겠다며 도망가다시피 한 나를 다시 불러줬는데. 완전 땡큐지. 페이도 지난번보다는 좋았다. 수중에 돈 떨어진지는 한참 됐고 걍! 할까. 하긴 아이들은 나 무지 좋아하니까. 하이고 이건 무슨 자신감 ㅎㅎㅎ 일단 해보기로 했다.
[여자]
요 며칠 심란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제는 아예 병원문도 열지 않았다. 돈지랄하던 전 남자 친구는 뻔질나게 찾아왔다. 니가 봐도 구관이 명관이지. 세상에 나 같은 여자 없거든. 지난번에 사놓은 주식이 올랐다고 올 때마다 돈지랄을 해댔다. 저 자식 재산세나 제대로 냈을까. 처음엔 죽기보다 싫었는데 자꾸 들이대니 맘이 흔들린다. 상식과 개념은 말아먹었어도 돈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 하지만 개털인 제비는 '미안하다'는 문자 한 통 보낸 게 전부다. 사실 미안해할 일도 아닌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괜히 가족들한테 심통만 부리고 있다. 자식, 개털이면 오기나 열정이라도 있던가? 처음 봤을 때의 바다 같은 오지랖은 어디로 간 거지. 삐리링. 전 남친이다. 내일 아침 투자자 만나러 미국으로 들어간단다. 근데 어젯밤에 지갑이랑 카드를 잃어버려서 호텔 숙박비 오백만 원이 필요하단다. 이자는 다이아로 줄 테니 돈 있으면 오백만 원만 빌려 달란다. 물건 잃어버리는 것도 여전했다.
"얘 너 그 소문 들었니?"
"니 전 남친 미국에서 사기로 고소당했데."
"뭐? 사기...."
"도박하다가 완전 개털 돼서 한 푼도 없이 도망쳐 나왔데."
"너 혹시 돈 빌려 준거 있니? 벌써 세명이나 당했데"
"아니,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