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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Oct 21. 2022

인맥상통. 일맥상통.

(50대,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어떤 일이든 사람을 통해야 일이 된다고 한다. 주변을 보면 마당발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도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사람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그렇다면 과연 인맥이 넓은 게 잘 사는 걸까? 나는 비교적 조용한 성격이라 그렇게 활달하게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난다) 그리고 매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이다 보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인맥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점심이나 퇴근 후 지인들과 저녁을 먹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인맥이라 할 수는 없다. 새로운 사람보다 익숙한 이들과 반복적인 만남이 주로 이루어진다. 


만약 이런 쪽으로 발이 넓었다면 지금보다 하는 일이 더 커졌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긴 한다. 능력치만큼만 끌고 왔기에 예상되는 결과다. 그래서 좀 아쉬운 면이 남는다. 일하다 보면 가끔 고객을 만나게 되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소통을 주로 전화로 끝낸다. 그런데 일로서만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과연 그들과 내가 인맥인가 싶을 때가 있다. 매번 고객을 동반자라고 말해왔지만 이게 최선인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처음엔 지금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거래처 담당들을 만났다. 그런데 요즘은 대면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는 나로서는 가끔은 가상세계를 사는 것 같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그런데 정작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하다. 만사형통은 결국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의 몫인 듯싶다. 사람을 통해서만 오고 가는 만능키를 찾아야 한다.


예전에 K업체 담당이 사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장비들을 구매하기 위해 견적을 요청해 왔다. 품목이 많고 단가가 높다 보니 전체 금액이 상당한 프로젝트였다. 몇 번의 견적이 오고 가고 직원들 소프트웨어 사외교육까지 시켜주는 조건으로 최종 발주를 받게 되었다. 신나게 오더 난 제품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며칠 후 밤늦은 시간에 고객사 담당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 회사 전무님이 관여하는 업체가 있어서 급하게 발주를 돌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입장에선 상당히 어렵게 발주 취소를 요청 한터다. 임원의 결정이라 도저히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쪽에선 이미 준비 중이라 안된다고 강하게 밀고 나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두 번 거래하고 끝낼 고객사가 아니었기에 발주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놀란 건 결정 난 일도 뒤집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약하지 않았나 자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현장에서는 인간관계로 풀려가는 일들이 많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관계의 힘'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식으로 사람을 만나야 할 건지 고민이 되었다. 거래처 직원과 만나 양주를 마시고 골프를 치면 될까? 물론 그런 관계도 힘을 발휘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십 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저녁에 삽결살에 소주 한잔 이상 고객과 해본 적은 없다. 성격상 그 이상의 관계는 불편하다. 몇몇 담당들과는 가끔씩 만나 식사하고 차마시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한다. 책, 재테크, 여행 등 관심 있는 주제로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렇게 만나는 담당의 회사와는 비교적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가성비만 생각해보면 회사 안에 존재하는 키맨들을 만날 필요는 있다. 부장이 키맨이거나 과장이나 대리가 키맨일 수도 있다. 그래도 권한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인간적으로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 키맨도 좋고 말단사원도 좋고, 누구 하고도 소통의 문을 열어 놓는 게 좋다. 


회사 규모가 꼭 커져야만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실속이 있으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성장을 꿈꾼다면 사람을 통해서 기회를 만들 필요는 있다. 변화에는 외부 자극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성장의 발판이 된다. 밥을 먹는 걸 게을리하면 건강을 해치고 사람 만나는 걸 회피하면 비즈니스 성장판이 닫히게 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꾸준히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걸 알면서 못하는 나를 반성해 본다. 그런 나를 보고도 계속해서 소개의 소개를 만들어준 건 담당들이 고맙다. 운이라 생각한다.


동쪽에서 귀인이 와서 나를 돕는 상상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돕는 귀인을 만나게 되면 큰 성공을 거둘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귀인들이 우리 도처에 아주 가깝게 있다. 단지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갈 뿐이다. 사람을 귀히 여기자. 어느 날 누군가 귀인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인맥 상통은 일맥상통이다

그리고 요즘엔 글맥상통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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