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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14. 2022

성과보다 과정의 즐거움이 더 좋다

III. 끝까지 가보기


블로그를 개설한 지 15년이 지났다. 그중 십여 년은 방치상태였다. 최근 3년 남짓 블로그에 기록을 쌓았다. 기록을 쌓아가는 건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밟아가는 것과 같았다. 처음엔 낙서 폴더를 만들고 그다음엔 일기 폴더를 만들고 그다음엔 서평 폴더를 만들어 과정을 쌓아는 동안 100명 남짓이던 이웃이 6천4백 명이 넘었다. 이웃 숫자가 늘었다는 결과에 신이 난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과정들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내가 보낸 지난 3년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목요일 그녀’라는 부캐를 만들어 가는 동안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되었다. 부캐는 내게 ‘같은 자리에 멈추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독려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독서모임의 시작이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지고 글쓰기 모임을 통해 얻은 에너지와 용기로 웹진 투고 도전으로 이어지고 에세이 출간으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과정을 즐기게 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몇 번이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망설였을 일 앞에서 ‘해보지 뭐, 실패하면 어때.’ 하는 긍정적인 자기 확언을 하게 됐다.      

모임 회원들에게 서평이나 에세이를 블로그에 공개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쌓아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의 기록을 남기다 보면 어느 순간 눈에 보인다.  ‘내가 블로그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그다음은 조금 더 명확하게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독서모임 ‘소심 6기’에서 필독서로 읽은 <<아름다움 수집 일기>>의 이화정 작가님과 북토크를 진행했다. 책을 읽는 회원들과 “작가님을 직접 만나면 좋겠어요” 같은 말을 모임 대화방에서 나누다가 기획했다. 작가님께 메일을 드리고 일정을 잡고 주제를 정하고 북토크 진행과 모임 결산까지 모두 2주 사이에 이루어졌다. 


출처 : 픽사 베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독서 모임 ‘소심’과 글쓰기 모임 ‘우연’을 모임 이상의 콘텐츠로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목표. 아직은 어떤 형태로 내놓게 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하나씩 과정을 쌓아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방향을 정했으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려고 한다. 그 시간들 사이에도 ‘목요일 그녀’라는 부캐는 쉬지 않고 열일을 해 줄 거라고 믿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성과가 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면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좋겠다. 

천천히 과정을 즐기다 보면 조금씩 스스로가 원하는 곳 가까이에 다가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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