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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30. 2024

그래서, 주장은 답이 되었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외, 어크로스, 2018)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


책은 이 두 요소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규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 요소들이 공격받고 때로는 전복의 시도가 나타나면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도 덧붙인다.


미국 정치에 토대를 두고 있다 보니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다. 책이 쓰인 2018년 이후 정권은 민주당이 다시 접수했으니 책에서 우려했던 위기는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다가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는 승리 가능성을 가진 막강한 후보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을 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답이 맞나?


저자들은 4가지 기준을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인물을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 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분명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4년 전, 민주당은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높아져만 가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이 책에 동의하는 이들을 경악하게끔 만들고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의 지금은? 우리의 내일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민주주의 역시 취약한 부분을 그대로 노출하며 양극단으로 분리되고 있다. 누가 차기를 맡던지 간에 분열된 여론을 하나로 합치시키기는 무척 힘들 것 같다.


이쯤 되면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취약하고 날이 갈수록 사람들에게 소구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반민주주의자는 과거의 전제군주나 독재자와는 다르다.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죽인다. 다시 다가오는 트럼프의 시대. 과연 미국의 민주주의는 온전할 수 있을까. 우리의 민주주의 역시 온전할 수 있을까.


과거의 관행을 추억하는 것도,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일단 정답은 아닌 듯하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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