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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Jun 02. 2021

내 이름은 복돌

2021년 복돌이가 스무 살이 되었다. "스무살을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 

복돌이란 이름은 우리집에 온 2002년 8월 12일 복 많게 살라고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란 드라마에서 향미가 동백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 가게 이름 더럽게 잘 지었어. 동백꽃 꽃말 덕에 니 팔자는 필 거야."

복돌이도 엄마가 이름을 기가 막히게 잘 지은 거 같다. 복돌이의 삶을 보면 복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간략하게 복돌이 소개를 하자면

20년 전 엄마의 단골 화장품 가게 사장님의 아는 꽃집에서 강아지가 태어났고

그즈음 우린 엄마에게 강아지를 키우자며 조르고 있었다. 


인연은 지나고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나기 위해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고 있었던 거다.

사람 누나 푸징과 개동생 복돌은 만나게 될 운명이었던 거다.


꽃집에서 태어난 여러 마리의 강아지 중 잿빛과 흰색 강아지가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중에서 흰색 강아지를 원했는데 잿빛 색 강아지가 우리집에 왔다.

엄마가 이유를 묻자 꽃집 사장님이 그랬단다 "얘가 더 똑똑하니깐. 얘 데려가요."

엄마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딸들을 위해 집에 데려오긴 했지만 

속마음은 오래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모든 뒤처리의 몫은 엄마가 될 것이 뻔하니 

어느 정도 키우다 다른 집에 보낼 생각이었다고. 

맞벌이와 육아 그리고 살림까지 하던 엄마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복돌이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셨다는데 

그러기엔 짧은 기간 안에 복돌이에게 홀랑 넘어가셨다. 


복돌아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똑똑한 녀석이라더니.

알아서 척척 배변판에 쉬를 했고 자신보다 큰 인형을 물고와 엄마 앞에 슬그머니 놓았다. 

그리고 귀여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저만치 가더니 앞발은 앞으로 쭉 뻗고 엉덩이는 하늘로 솟은 채 

엄마가 인형을 던져주기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 웃는 엄마의 표정을 보며 복돌이는 됐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인연은 그런 거 같다.

아닌데. 이럼 안되는데. 머리로는 계속 생각하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버려서 

나도 모르게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리게 되는 거 말이다.

그래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


그렇게 우린 가족이 되었다. 


추신_복돌아 넌 엄빠가 누구니? 

웰시코기?  포메라니안? 똥개?

다 오묘하게 닮아있는 복돌이는 믹스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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