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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Sep 09. 2020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월요병이 안 생길까?

22. 약 8개월간 겪어본 결과...


  사실, 이 글은 일요일 잠들기 전에 쓰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글 쓰는 시점이 수요일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미 내 마음은 수요일이 돼도 월요일 때 마음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제목에 대한 답이 벌써 나온 것 같지만 아래에 이야기를 좀 더 적어 보았다. 

    

  나는 직장생활 7년 동안 월요병이 없던 적이 거의 없었다. 그 말은 일요일 내내 우울했다는 말이다. 일요일이 아까워 시계를 온종일 쳐다봤다. 시간은 시계를 쳐다볼 때는 느리게 가는데 이상하게 잠시 한눈팔면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달아나 있다. 야속한 시계만 째려보곤 했다. 형광등과 조명등까지 모두 끄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봤다. 이때 유튜브에 접속하면 그날 밤은 다 잔 거다. 11시 50분,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부여잡고 스마트폰을 가까스로 내려놓은 뒤 눈을 감는다. 이미 달아나버린 잠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내일도 무진장 피곤하겠구나! 하고 스트레스받으며 겨우 잠이 든다.

     

  물론 나란 인간이 다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해서 마법 소녀처럼 바로 변신하는 건 불가능이었다. 쉬어도 쉬어도 내 신체 리듬은 월요일에 어김없이 형편없었다. 월요일은 이상하게 믹스 커피를 진하게 한 잔 먹어도 큰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그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땐 점심 먹고도 또 먹어줘야 제맛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월요병을 여전히 앓고 있다.  

   

  지금 직장 동료는 단 한 명 ‘우리 언니’다. 여러 명의 동료가 있는 사람은 각자 몸 상태가 다르므로 내가 텐션이 낮아도 오늘따라 야관문주 원샷하고 온 것 같은 직장 동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린 역시 자매다. 바이오 리듬이 우리 자매 유전자 검사 확률만큼 높게 일치한다. 그래서 이런 축축 처지는 날엔 내 맘이 네 맘이고 네 맘이 내 맘인 것처럼 서로를 잘 이해한다. (안 싸우고 있으려면 내버려 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무언가 햇살 포근한 공방 아래 컨디션 최상인 나, 고양이가 식빵 굽고 졸고 있는 모습을 꿈꾼다면 아쉽지만 그런 날은 가물에 콩 나듯 볼 수 있다. 희한하게 사람(나와 언니) 컨디션이 별로면 고양이 컨디션도 별로다. 우울해 보이는 오늘, 반달이 마음이 내 맘 같고 내 마음이 반달이 마음 같은 날이었다. 오늘은 목요병 예방을 위해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잠들어야 할까 누워서 생각 중이다.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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