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팔할이 중소기업이다. 03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해 보이는 일을 헸다. 동시에 그일 때문에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있다. 대부분은 오지랖을 너무 넓게 펼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사람들마다 관여 받고 싶지 않거나 선을 넘지 않길 바라는 지점이 있다. 미리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반복할 필요는 없는 갈등이다.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정리해본다. 두가지의 사건이 있었다.
옆 팀 업무상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해준 사람은 옆팀의 선임이었고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던 분이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을 접근하고 연구능력도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덕분에 자주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마침 나름대로 아는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찾는다는 이야기에 몇 가지를 추리고 그 중에 좋아보이는 것을 추천 드렸다. 이 추천은 아마도 그대로 해당 팀 회의 시간에 오픈이 된 것 같다. 문제가 생겼다.
옆팀의 팀장님은 나의 오지랖이 마음에 안 드셨던 것이다.
‘글치씨가 뭔데 우리 부서가 쓸 소프트눼어를 추천하죠? 앞으로 선넘지 마세요!, 자기 거나 잘하세요.‘
‘아… 네…’
뭐라고 말해야할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죄송하다는 말도 할 틈이 없었고, 죄송한건지 판단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순식간에 업무상 큰 실수를 한 사람이 되어 옆팀을 빠져나왔다.
해당팀 선임이 따라나왔다.
‘글치씨 미안해요. 우리 팀장님이 좀 그래요.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별 큰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 후 얼마 안지나서 그 팀장님이 퇴사를 했기에 자세히 알 수는 없았지만, 우리 팀장님도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했었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는 상황도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생각하고 커피 한잔 하며 감정의 기억을 녹여 버렸다.
회사의 주요 경쟁사는 일본 회사였다. 그 회사 제품의 특허를 피해 유사한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특허에 나온 정보로는 실제 일본 제품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마치 상상속의 동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 팀장님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일본 담당 영업 부장님께 샘플을 확보해달라고 메일을 쓰라고 하셨다.
나는 배운데로 용건을 간단하고 명확히 적어 보냈다. 그러나 회신이 없었다. 팀장님은 일주일 뒤 다시 확보 일정 요청을 하라고 하셨다. 같은 일이 한번 더 일어나고 나서야 전화가 왔다. 일본영업팀 한부장님이었다. 자기가 지금 한국에 왔으니 자리로 오라는 거였다. 샘플을 가져오셨나 싶어 후다닥 가보았다.
‘글치씨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6개월 즘 됐습니다.’
‘여기가 첫 직장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부장님은 자세를 바꿔 다리를 꼬샸다.
‘아! 그래서 개념이 없구나, 내가 글치씨 밑이에요? 누가 이런식으로 요청을 하죠?, 무슨 경쟁사 샘플이 마트에서 파는 건지 아나? 아 진짜 황당하네. 샘플 없는 걸로 알고 앞으로 요청하지 마세요. 알았죠?‘
‘네…. 죄송합니다.’
’가봐요.‘
그 뒤로 부장님을 만나면 인사를 열심히 했지만 거의
1년간 인사를 받지 않으셨다. 일년 후에 인사를 갑자기 받은 것은 아니고, 업무적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고,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나 결국 협업을 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 이어가겠다.
그래도 우리 팀장님은 위로해 주셨다.
‘그냥 그런 사람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해. 무슨 협조요청을 어땋게 하라는 거야? 뭐라도 사서 찾아가서 빌어야 되나? 미친놈이네. 걍 무시해. 내가 구해볼게’
아! 나의 히어로! 얼마 뒤 샘플을 구해 오셨다.
두 사건은 내가 직급이 높아진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나는 그런 상사가 되지 말자는 좋은 샘플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