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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Apr 15. 2024

어바웃 생일과 축하

어바웃 시리즈

 생일이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실 어쩌면 일상과 별 다를 바 없는 하루의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 하나의 날짜는 꼭 특별한 날이다. 시간이 흐르니 점점 생일을 챙기지 않게 된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일이 주는 특유의 설렘은 매력적임이 분명하다.

 나는 생일이 한겨울이다. 1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언제나 여유로운 방학에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엄마아빠가 만들어 준 미역국을 먹고, 생일선물을 받고, 케이크를 먹었다. 생일을 맞아서 놀러가기도 했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가끔 학기 중에 생일이 있는 친구들이 (특히 시험기간에 생일이 있는 친구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특별하게 기념하는 정도는 아니어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날이면 좋을 텐데, 다가올 시험에 제대로 생일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일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지만 나는 생일을 떠들썩하게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일 주간'이라고 하면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친구들의 생일선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겨울방학에 생일이 있어서 그런지, 생일 주간이라고 해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생일 파티를 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생일은 그저 평소보다 조금 여유로운 정도의 날이라고 생각하고 지내 왔는데...

 어느 순간 생일에 대한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일을 맞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다같이 모여서 생일 축하를 받는 영상이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온 생일 축하를 SNS에 게시하는 걸 보면서부터였을까? 과거의 생일은 내게 그저 설레는 날이었건만

생일인데 너무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닌가? 생일선물을 너무 적게 (적은 수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건 아닌가? 생일이 되는 12시부터 이 압박감에 나는 되려 생일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일이 되는 날이면 핸드폰을 저 멀리에 두고 애써 일찍 잠들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생일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리려고 노력했다. 이게 다 내가 행복하자고 사는 건데, 하나하나 의무감으로 살면 이 무슨 의미인가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펑소보다 훈훈한 말을 조금 더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의 날로 적당히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생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가장 최근의 생일은 꽤나 마음 편하게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생일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생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사람의 생일이 돌아오면 으레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친구들에게 선물을 줄 때는 뭘 줘야 실용적이면서도 생일의 감성을 챙길 수 있는 선물이 될까? 고민고민하곤 한다. 친구가 위시리스트에 넣어 놓은 품목이 있다면 그걸 주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와 어울리는' 선물을 해 주려 한다. 사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평소 생각이 가장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서, 최근의 나는 건강을 테마로 달달한 비타민 젤리를 많이 선물하는 편이다 ㅎ_ㅎ

 하지만 여전히 선물은 고민된다. 특히 더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상대에게 그렇다. 계속해서 선물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생일을 챙기기도 바쁜 시험기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축하'가 떠올랐다. 

 나는 생일 때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맛있는 걸 먹고, 가지고 싶었던 선물도 받고, 하루종일 띵가띵가거리는 생활을 하는 것에서도 기쁨을 느끼지만, 누군가의 선물과 함께 '축하'를 받았을 때 정말로 기뻤던 기억이 있다.

 같은 과 친구라 자주 보지만 생일 축하로 오는 연락은 또 새롭다. 단체 톡방에서 생일이 되면 짧은 글 그리고 이모티콘과 함께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게도 고맙다. 얼마 전 생일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구가 내가 가끔씩 생각난다고 생일 선물과 함께 축하를 해 주었는데, 이것도 정말 기뻤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생일 축하 멘트를 날려주는 친구에게도 고맙다. 생각해 보면 선물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나를 기쁘게 했던 건 진심어린 축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의 방향을 바꿔 보게 되었다. 어떤 생일 선물을 해 줄까가 아니라, 어떤 생일 축하를 해 줄 수 있는지로 말이다. 물론 내가 생일 축하를 해 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생일 선물도 줄 것이며 아직까지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ㅋ_ㅋ 완벽하고 최고로 행복한 날을 위해 힘을 쏟는 것 보다는 그냥 조금 특별한 하루라는 의미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하루임에 의의를 두고 생활하는 것도 생일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임을 느꼈다.

 내가 받고 싶은 생일 축하는 무엇인가? 나는 생일 선물에 시를 받고 싶다! 나를 생각하며 고른 시를 축하 멘트와 함께 보내준다면 눈물나게 고마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받고 싶은 축하는 무엇일지도 궁금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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