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다녀보니 어때?
이 글의 BGM으로는 나미의 <빙글빙글>을 권합니다.
어떻게 하나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가는 저 세월 속에
좋아하는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 나미 빙글빙글 가사 中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은 마음을 빌딩 높이로 표현한 걸까' 싶을 만큼 빌딩이 높고, 부의 상징인 회전문이 있다. 클래스101은 건물의 위치도, 꿈꾸는 위치도 높다.
높음을 즐기는 자는 하늘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것이고, 불안을 느끼는 자는 나아가는 한 걸음마다 두려울 수밖에 없다. 회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른 여러 성장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입사 전, 포스팅 <유교걸 취준생은 클래스101의 평어 문화가 궁금하다>에서 나는 회사의 첫인상을 위와 같이 표현한 적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 회전문으로 빙글빙글 출근할 때마다, Stacy에 로그인 하는듯한 기분을 느낀다. 클래스101은 수평 문화를 위해 닉네임과 평어를 사용하고 있다. 입사 후 평어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감정과 여러 상황들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기는 사내 문화와 복지에 대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참고로 내 인턴 일기와 클래스101의 의견은 무관하다.
처음엔 슬랙 속 텍스트로 먼저 대화를 하다 보니, 교수님께 반말로 레포트를 쓰는 느낌이라 썼다 지웠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니어분들이 먼저 인자한 미소로 스테이시를 "숙대입시~"하며 다가와 주셔서, 되려 내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 적응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평어로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면 두 배로 기분이 나빠지는 부작용도 있다. 여전히 어떤 게 어른스러운 대처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어의 힘은 강하다. 그리고 업무에서 평어체가 주는 힘은 확실히 편하고 빠르며 진솔하다. 나이가 비슷하다면 서로 금방 친해지고, 회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평어는 수단일 뿐, 상처 받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입사 전, 클원에는 작고 큰 성공을 자축하는 슬랙 채널 "all-made-it"과 의미 있는 실패를 응원하는 "대나무숲"이 있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사실 두 채널보다 더 재미진 사내 문화가 있는데, 바로 미안함이나 고마움을 타코로 표현하는 "all-tacos-to-you"다.
클원은 heytaco라는 슬랙봇을 사용하고 있는데, 하루에 총 5개의 타코를 선물할 수 있다.
"all-tacos-to-you" 채널에서 @닉네임 과 함께 타코 이모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카운팅 된다. 한 사람에게 하루에 내 5개의 타코를 몰아줄 수도 있고, 하나씩 다섯 사람에게 나눠주어도 된다. 해당 채널은 사내 휴게 공간 모니터에 전시되기도 한다. 이게 되게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정~~~말 기분 좋다. 표현에 서툰 사람들도 타코 이모지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한 표현들이 모여 그날 하루를 즐겁게 한다.
평소에는 오전 10시 30분, 늦잠 자거나 치과를 다녀오는 날에는 오전 11시 45분까지 출근한다.
나도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칼퇴해서 저녁엔 운동하며 글 쓰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데, 현실은 아침에 눈 뜨면 9시다 ^-ㅠ,, 밤에 집중이 잘 되는 타입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너무 힘들다. 솔직히 내가 인턴인데 우리 팀에서 가장 늦게 출근하는데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극강의 자유로움 ㄴʕʘ‿ʘʔ ㄱ
업무가 끝나면 퇴근 처리 후, 막차가 끊기는 밤 11시까지 사내 도서관에서 서비스 기획을 공부한다.
원하는 책이 없을 땐 피플팀에 신청하면 구비해준다. 그리고 귀여운 슬랙봇이 반납일도 미리 알려준다. 사실 도서관은 책 보다 그 공간이 좋달까? 사내에 편하게 책을 읽고, 오롯이 집중하며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 좋다. 지금은 햇병아리지만 언젠간 나도 클원에서 서비스 기획과 글쓰기 등으로 전자책과 온라인 클래스를 런칭하고 싶다. 이미 마음은 커리어 매출 1위 크리에이터!
프로그래밍에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쓰면서 테스트하는 것을 Dogfooding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사 콘텐츠 무제한 수강을 사내에서 '개밥먹기'라고 칭하는데, 나는 개밥 먹기 싫다 ʕʘ‿ʘʔ 그래서 나 혼자 넷클릭스라고 부른다.
넷플릭스에 예능,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고 유익한 콘텐츠가 매주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나는 3개월 인턴 멤버십으로 취미, 커리어, 재테크 콘텐츠들이 매주 업데이트되는 클래스101을 시청한다.
입사 후 한 달 반 동안 스마트폰 디지털 드로잉, 명상, 엑셀, UX/UI 디자인, 앱 기획, IT 지식, 전자책 부업, 카피라이팅, 시간관리 클래스를 들었다. 정말 고객분들처럼 완강하는 건 아니고, 그때마다 필요한 클래스들을 원하는 챕터만 쏙쏙 골라 듣고있다!
IT 회사라 다들 거북목이나 어깨 뭉침이 많다 보니 사내에서 카이로프래틱 시술을 주 1회씩 지원해준다.
전문가 선생님께서 사내 시술실에 상주해 계시는데, 매달 말일에 이를 위한 티켓팅을 진행한다. 입사 초에 뉴비들을 위해 비워주는 수요일을 집중적으로 시도했으나 하루밖에 예약하지 못했다. 그러자 주위 개발자들은,, 힘을 합쳐 해킹을 시도했다 ʕʘ‿ʘʔ
그리고는 내게 "스테이시! 강력 새로고침 한 번 해볼래?"라고 물어보았다. 그게 뭔데 ⇡▽⇡
햇병아리 인턴은 F5를 꾸욱 강력하게 눌렀다. 서로 어이없음 (ㅠㅋㅋㅋ) 알고 보니 크롬의 캐시를 비우는 동시에 새로고침을 하는 기능이었다. 해킹에 성공할 뻔했으나, 옆자리 인터널 PO에게 붙잡혀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강력 새로고침을 탑재한 뽀시래기 인턴 PO 스테이시는 그다음 달 티켓팅을 성공하였다 (•̀ᴗ•́) و ̑̑
클원의 인재상은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클원에 입사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울 점 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환경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먼저 접한 착똑야들 중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힙서비와 원티드에서 내가 관심 있는 UX writing를 강의하는 브랜드 마케터였고, 다른 한 명은 원조 클원 착똑야로 유명한 'N잡하는 허대리(클레버리)'님처럼 자기계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에디터였다.
입사 후, 브랜드 마케터 동료는 반주가 나오는 고구려 삼계탕 집에서 합석하게 되어 초면부터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에디터 동료는 우연히 남자 화장실 앞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을 알지만 그들은 나를 모를때. 평어의 장점은 바로 이럴 때 나온다. "안녕 ଘ(੭˃ᴗ˂)~~!" 하며 친근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구글 캘린더로 점심 약속을 잡았다.
나는 나의 착똑야들에게 어떻게 하면 회사 생활을 잘하면서도 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지 시간 관리 비법을 물어보았고, 그들은 공통된 하나의 답변을 내놓았다. "스테이시, 잠을 줄여야 해" 지름길은 없다. 결국은 더 노력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사실 내가 적은 것보다 회사는 훨씬 더 많은 복지들을 제공한다. 야근 시 저녁 식대와 택시비를 지원하고, 포괄임금제 폐지로 연장, 야간 수당도 확실하게 챙겨준다. 집이 먼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 사택을 제공하기도 하고, 특히 각종 세미나나 장비, 심리 상담 등 배움과 성장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지원해준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결국 최고의 복지는 함께 하는 사람들. 정말 동료인 것 같다. 입사 후, 두 명의 동료가 떠났다. 글의 편의상 그들을 제이커브와 눈누나나로 부르려 한다.
그는 내게 회사 근처 갈치조림 맛집 골목을 알려주었고, 비트코인이 제이커브로 오른 날이면 맛있는 공차를 사주었으며, 클원 입사 후 처음으로 "스테이시 포텐셜 있어"라며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동료였다. 나이도 경력도 나와는 많이 차이나는 그였지만, 짧은 시간 동안 평어 덕분에 친근하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의 한 마디가 입사 초 내겐 큰 힘이 되었었다. 이 글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녀는 처음으로 "스테이시의 의견도 듣고 싶어!"라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도록 먼저 손 내밀어준 동료였다. 그리고 내가 클원에 기대하고 들어왔던 착똑야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주위 동료들을 잘 챙겼으며, 똑부러지고 꼼꼼하게 계획함과 동시에 야망 있게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태도를 지녔었다.
당시 눈누나나는 나의 사수와 함께 회원가입 창에 어떤 혜택을 어필하면 가입 전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A/B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정말 의미 있게 도와주고 싶어서 40군데의 국내 서비스를 조사하고 추려 여러 인사이트들을 제시했다. 클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배울 점 많은 그녀 덕분이었다. 매번 "스테이시 잘해~~" 하며 칭찬해주었고, '마음 맞는 사람과 일한다는 건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함께 대화할 때면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같이 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은 마음을 빌딩 높이로 표현한 걸까' 싶을 만큼 빌딩이 높고, 부의 상징인 회전문이 있다. 클래스101은 건물의 위치도, 꿈꾸는 위치도 높다.
높음을 즐기는 자는 하늘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것이고, 불안을 느끼는 자는 나아가는 한 걸음마다 두려울 수밖에 없다. 회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른 여러 성장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눈누나나의 퇴사 소식을 접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즐기던 사람도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면 불안함을 느끼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처음으로 퇴근하면서, 회전문에는 나가는 사람도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 알 수 없는 상실감의 여파가 꽤나 컸고, 한동안 힘들었다. 그런 내게 그녀는 클원을 다닌 2년 동안 목표한 것만 바라보고 달렸기 때문에 주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곤 다른 직무로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나를 보며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했다.
그녀가 떠나고, 나는 깊은 생각의 바다에 잠겼다.
평어체가 주는 친근함에 너무 안일했다. 이제 동료들에게 사적인 감정을 비추지 않고, 일정한 마음의 거리를 유지해야겠다. 그게 내 멘탈을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여러 고민 끝에 회사를 오래 다닌 동료들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들도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라고 한다. 단어로 표현될 수 없는 이 몽글한 마음도 강력 새로고침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감정의 파도를 넘나든 끝에, 나도 그녀처럼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배울 점 많고 좋은 동료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어느덧 입사한 지 6주가 되었고, 우리 팀 동료들이 그동안 내가 한 업무에 대해 피어 리뷰를 써주었다. 처음엔 피어가 Fear인 줄 알고 쫄았는데 Peer 였다 ㄴʕʘ‿ʘʔㄱ
그리곤 내 담당 피플팀 HRBP가 이렇게 길고 정성스럽게 리뷰를 남겨준 팀은 처음 봤다고 말해주었다. 그만큼 나도 50일 동안 클원이랑 연애하냐는 말을 들을만큼 미쳐 살았고, 내 진심을 알기에 팀원들도 함께 나의 성장을 고민해주었다. 브런치를 봤다는 착똑야들이 많아져서 이제 인턴 일기 쓰기가 조금 부끄러워졌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픈 열망만큼, 함께 일하고 싶은 똑순이 PO가 되어주고 싶다 :')
다음 포스팅으로는, 클래스101 입사 후 저의 첫 가설 검증인 A/B TEST 실험 회고가 연재됩니다.
브런치 구독자 300명 돌파! 감사합니다 (•̀ᴗ•́) و ̑̑ 조만간 작가로서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갑자기 오늘 <내가 뱅크샐러드 PM이라면 푸시알림 전략부터 바꿀거야> 포스팅 트래픽이 엄청 증가해서 댓글로 어디서 내 글을 본건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쭈륵.
실제로 저 포스팅을 뱅크샐러드 VOC에 보내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받았다!
이번주도 글 쓰느라 나의 작고 소듕한 주말 하루가 다 갔다. 아놔. 월요일 오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