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들이 키를 높이는 가을, 개천 풀들이 잔뜩 깎여나가고 말았을 때에는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풀이 남기고 간 냄새가 너무 진해서.
냄새는 알려준다. 존재했음을...
냄새는 꾸미지 않는다. 몇 년 전, 집 앞 개천의 매력을 잘 몰랐던 때에는 여름에 진해지는 물 비린내가 싫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인가' 싶은 비린내를 곧이곧대로 맡기가 싫어서 숨을 조금 참고 지나간 적도 있다. 그러나 수십 번 개천을 드나들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개천의 비린 냄새는 개천의 체취와 같다는 것을. 개천을 좋아하게 되면서 비로소 싫은 마음이 관심으로 바뀌어 갔다. '오늘은 냄새가 왜 이럴까?' 들쑥날쑥 개천의 냄새는 미간을 찌푸릴 일이 아니라 개천에게 물음표 찍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