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어... 어? 누구시더라... 아~!'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마주치는 순간에는 인사를 했다. 유니폼 대신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아이 학교의 안전 지킴이 할아버지였다. 눈 웃음 인사를 하고 돌아서 걷는 동안 한참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며칠 뒤에는 시에서 주최하는 명사 특강에 갔다가 평생 학습관 수업을 같이 듣는 분을 만났다. 불과 두 달 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거라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멈춰 시간을 나눠 갖는, 아는 얼굴이 늘어간다.아이 등굣길에서 돌아올 때는 종종 "오늘도 출근하고 와?" 말해주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반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참 고맙다.
고개만 돌리면 얼굴들이 보인다. "저기 좀 봐. 호랑이다!" "오 그래?... 우아 호랑이 맞네!" "응. 그치? 저기 고양이도 있어! 봐~" 며칠 전에는 구름을 가리킨 아이 덕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연에도 얼굴이 있다는 걸 아이도 알고 있을까? 하늘과 구름과 바람, 새와 나무와 꽃, 해와 달과 흙과 그림자, 그리고 눈 코 입을 가진 사람까지... 잠시 멈추면 서로의 존재가 보인다.
오늘은 장미를 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개천에 찾아온 왜가리를 보면서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잠시 멈춘다. 그러면마음이 열린다.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너'도 있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커져가는 행복을 느낀다.얼굴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