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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Feb 28. 2024

비둘기는 비둘기.

  '저리 가. 너무 싫어.' 가까이 와도 싫고 눈앞에서 날아오르면 찝찝한 비둘기. 다정한 눈길 한 번 줘 본 적 없는 비둘기. 눈에 담고 사진 한 번 찍어준 적 없는 비둘기.


 나는 나를 비둘기처럼 여겼던 것 같다. 피하느라 바쁘기만 했다. 비둘기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건 비둘기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뒤늦게 깨달았다. 문제는 '존재'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비둘기는 그저 비둘기다. 참새도 있고 까치도 있고 오리도 있고 왜가리도 있는 것과 같이 비둘기가 있다. 참새가 떼를 지어 날갯짓을 하듯 비둘기도 떼를 지어 날아오른다. 모두 저마다의 날갯짓이 있듯 비둘기도 자기만의 매무새를 잡고 오르락내리락 한다. 비둘기는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자주 보면서 정을 느끼게 된 비둘기. 점점 그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는 게 괜찮아졌다. 반가운 마음이 들고 점점 좋아하기 시작했다.


'너를 가까이서 보는 게 무작정 싫었어. 무조건 피하기만 해서 미안하다. 가끔은 너를 끔찍하게 여겨서 정말 미안해.'


이제 나는 이러나저러나 비둘기가 비둘기로 보인다. 한 마리의 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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