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것들
이번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참 눈과 마음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을 지나치게 삐뚫게 보거나 부정적으로 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문제점을 잘 발견할 뿐이다. 거기다가 조금 더 불만과 투덜거림이 많다고 한다면 '부정적인 사람'이 맞는 건가? 그래도 살다보면 사람마다 '거슬리는 포인트'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들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긍정'만을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강박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내가 싫은 것도 마음껏 글로 표현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다. 누가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고민 끝에 답을 못 내놓는 건 우유부단해서가 아니다. 정말로 뭘 먹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다 잘 먹는 것도 아니다. 못 먹는 음식은 확실하게 있어서, 그저 그것만 피하면 된다는 정도의 입맛이다.
그래서인지 ‘식탐 많은 사람’에게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식탐은 단순히 많이 먹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맛있게 많이 먹는 사람은 호감이다. 그런 사람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맛있게 보이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와, 저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싶어서 괜히 한 젓가락 같이 들이밀고 싶은 그런 충동이 생길 정도니까. 문제는, 그 반대의 사람들이다.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식탐은 **‘필요 이상의 탐욕’**에 가깝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자기 음식이 앞에 있는데도 슬쩍 남의 접시를 훑는 사람. “한 입만” 하면서 내 것에서 제법 큼직하게 가져가거나, 한 입이 두 입, 세 입이 되는 사람. 맛만 보자더니 절반 이상을 먹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라면 하나 끓여놓으면 후룩후룩 먹다 결국 내 몫의 절반을 가져가면서, 정작 다음 번엔 “난 안 먹어, 괜찮아”라고 손사래를 치는 식이다. 안 먹겠다면서 왜 또 먹고, 왜 그렇게 많이 먹는지는 끝끝내 이해할 수가 없다.
예전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렵게 모은 돈으로 냉동 삼겹살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다. 그 중 한 친구는 꼭 고기를 한 번에 두 점, 세 점씩 집어 갔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나도 모르게 눈치를 주게 됐고, 결국은 '얄밉다'는 감정이 생겼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지?’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마음은 은근한 불편함으로 자주 떠오르곤 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단지 음식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더 갖고 싶고, 더 먹고 싶은 욕망'**이 절제를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나 식욕은 있다. 그리고 그걸 이성적으로 통제하는 건 때로 어려운 일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게 되는 날도 있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정신줄을 놓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반복되고 습관화될 때다. 나눔이 필요한 자리에서도 본능처럼 자기 것만 챙기고,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야 한다는 강박처럼 행동할 때, 거기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결국 타인을 불편하게 만든다. 식사 시간은 함께 교감하고 나누는 시간인데, 그 자리를 자신만의 욕망으로 가득 채우는 모습은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음식을 많이 먹는 건 괜찮다. 오히려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욕망이 자리를 침범할 때, 선을 넘을 때다. ‘한 입만’의 민폐가 반복되고, ‘내가 먹겠다는데 뭐 어때’라는 식의 당당함이 계속되면, 그건 더 이상 개인의 식습관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무례함으로 변질된다.
나는 지금도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다. 그렇다고 남이 많이 먹는 걸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욕심은 언제나 주변을 건드리기 마련이라는 사실은 기억했으면 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그리고 함께 먹는 자리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 이 한 입이 나만의 만족인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