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챌린지 참 많다.
하루 만보 걷기 챌린지, 탄산 끊기 챌린지, 카페인 줄이기 챌린지…
근데 아직 유행하지 않은 챌린지가 하나 있다.
‘입 안 보여주기 챌린지’.
희한하게도 이 챌린지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혹은, 시도했지만 전 국민이 실패 중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점심시간. 식당에 혼자 앉아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었다.
그냥 조용히 국물 한 숟갈, 두 숟갈 떠먹으며 나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뒤쪽 테이블에서 ‘음식 마스터’ 한 분이 등장하셨다.
"쩝쩝."
처음엔 설마 싶었다. 설마 지금 내 귀에 들린 이 소리가… 아니겠지?
"쩝… 쩝쩝…"
…맞았다.
그분은 입을 반쯤 연 채 김밥을 씹으며, 아주 리듬감 있는 소리를 내고 계셨다.
씹는 리듬은 거의 음악 수준이다.
“쩝. 쩝. 쩝. 쩝.”
잔잔한 백색소음처럼 들리지만, 내 뇌 속에서는 점점 경보음으로 바뀐다.
주의! 이 구역은 미각 사운드 폭격 지역입니다!
고개를 돌려봤다.
입은 거의 슬로우 모션 광고처럼 열려 있었고,
씹히는 김밥 속 내용물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나는 눈앞에서 목격했다.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아… 단무지가 지금 왼쪽으로 이동했구나…’ 하고 관찰했다.
식사라는 이름의 해부학 강의.
며칠 뒤, 다른 날의 점심. 이번엔 근처 우동집.
내 앞 테이블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둘 다 조용히 우동 그릇을 들고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 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후루루루루루루룩!”
처음엔 놀랐다. 뭔가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
진공청소기인가 싶었다.
근데 그게 계속됐다.
“후루룩! 후루루루룩! 쩝. 쩝. 후루루루룩!”
이 정도면 면보다 공기를 더 많이 먹는 게 아닐까?
나는 속으로 그가 마신 우동 국물의 비율을 계산하고 있었다.
면 30%, 소리 40%, 공기 30%.
그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동료의 표정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미세하게 떨리는 눈썹 끝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너도 들리냐… 이 우동이 이렇게 시끄러운 음식이었나…?"
물론 안다.
어느 나라에선 면을 후루룩 소리 내어 먹는 것이 예의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면을 후루룩 먹는 게 맛있게 먹고 있다는 표현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대한민국의 대중식당,
그리고 적어도 내 귀 안에서는,
그 소리가 예의라기보단 소음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건 문화 차이의 영역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에선 파스타를 후루룩 먹으면 큰 실례라고 한다. 거기선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조용히 입에 넣는 게 기본 매너다. 후루룩 한 번에 이탈리아 할머니가 와서 등짝을 때릴지도 모른다.
이런 소리들은 의외로 본인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다.
먹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까?
혹은, 이게 문제라는 걸 애초에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가끔은 그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혹시 나만 예민한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옆 테이블 사람들이 미묘하게 몸을 돌리고,
눈동자가 부릅떠진 채 국물 튐을 피하려 하는 걸 보면 확신이 든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이쯤 되면 스스로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나도?
그래서 요즘은 식사할 때 나도 나 자신을 몰래 감시한다.
입을 닫고 먹고 있는지, 쩝쩝거리지 않는지, 불필요한 후루룩이 나가지 않았는지.
심지어 귀를 기울이며 "나 소리 나니…?" 하는 자가진단까지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안 내려고 하면, 안 난다.
다만, 그 노력 자체를 하는 사람이 드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쩝쩝과 후루룩 사이에서 이해와 인내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해하려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해보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고요한 카페 한복판에서 샌드위치를 입을 다 벌린 채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입속에 있던 야채가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이해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