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면에 갇힌 발걸음

by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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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 때, 나는 언제나 약간 긴장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다칠 수도 있고,

뒤에 있는 사람과의 간격도 적당히 유지해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흐름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의식한다.

누군가 뒤따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앞사람과 너무 가까워지지는 않았는지.


모두가 그런 식으로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며 걷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조용한 질서가 나는 좋다.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손짓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보이지 않는 합.


그런데 가끔,

그 고요하고 매끄러운 흐름을 단숨에 깨트리는 사람이 있다.


앞서 가던 사람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계단 중간에서 멈춰 선다.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럽다.

계단이란, 걷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멈출 공간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들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뒤따라가던 나는 급하게 멈춰야 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

한순간에 흐름이 끊기고,

내 걸음도 생각도 덩달아 덜컥 멈춰버린다.


몇 번은 정말 부딪힐 뻔했다.

속도가 붙은 계단에서 갑자기 멈춰 선 사람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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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나는

황당함과 짜증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애써 스스로를 다독인다.

"급한 일이었겠지."

"중요한 연락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다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게 급한 연락이었다면,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설 수는 없었을까?'

나는 그렇게까지 이해하려 애쓰지만,

정작 그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마치,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주변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행동한다.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파 속에서도, 좁은 골목에서도,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에 빠지는 사람들은 흔하다.


그들은 분명히 알 것이다.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자신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걸.

때로는 누군가가 놀라고, 짜증 내는 걸.


하지만, 휴대폰 속 알림 한 줄이,

눈앞의 타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심리를 생각해본다.

어쩌면, 현대인은

항상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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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지만,

동시에 눈앞의 세계를 너무 쉽게 무시할 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


조금만 더 걸으면 비켜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잠시만 더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답장할 수 있는데도,

'지금' 울린 알림에

'지금' 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끼는 강박.


그 작은 화면이

앞사람, 뒷사람, 흐름, 공간, 공존, 그런 것들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그들도 분명, 중요한 순간이었을 거라고.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의식했더라면,

조금만 다른 사람을 배려했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을 보면서,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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