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어둠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

by 지나
제목 추가 - 2025-04-27T153109.457.png


영화관의 불이 꺼질 때, 나는 늘 마음 한구석이 살짝 긴장된다.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입구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면, 스크린이 밝아지고,
머릿속의 소란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제 곧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렌다.


그런데, 그런 고요한 몰입의 순간에
불쑥 환한 불빛이 시야를 가르는 일이 있다.

휴대폰.
주머니나 가방 속에 있던 작은 기계가 번쩍 켜진다.
강렬한 하얀빛이 어둠을 가르고,
그 빛은 영화보다 훨씬 쉽게 눈길을 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린다.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스크린에서 중요한 장면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시선이 옆으로 끌려간다.


제목 추가 - 2025-04-27T152738.257.png


처음엔 이해하려 한다.
정말 급한 연락일 수 있다.
가족에게서 온 연락이라면, 아이를 돌보는 부모라면,
회사에서 긴급하게 불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이해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고.

하지만 문제는, 그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습관처럼 화면을 켜고, 무심하게 알림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고,
가끔은 아무 일 없다는 듯 SNS를 스크롤하기까지 한다.

조심조차 하지 않는다.
화면 밝기를 줄이지도 않고, 손으로 빛을 가리려는 노력도 없다.
그저 내 생활의 연장선처럼,

그 어둠 속에서도 당연히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벨소리가 울릴 때는, 아예 다른 차원의 불쾌함이 찾아온다.

모두가 긴장하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숨을 죽이고, 온 신경을 한 장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띠링!”
혹은 "따르르르" 같은 알림 소리 하나가
순식간에 모든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순간,
몸이 저절로 굳어버린다.
분위기는 깨지고, 이야기의 흐름은 끊기고,
다시 몰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제목 추가 - 2025-04-27T153155.643.png


그리고, 그렇게 소음을 만든 사람은

대부분 아무런 미안함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휴대폰을 툭 꺼버리고는, 태연하게 다시 스크린을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걸 볼 때면
나는 참을 수 없이 씁쓸해진다.


영화관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함께 어둠을 나누고,
조심스럽게 집중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그 어둠을 소중히 여기고,
누군가는 그 어둠을 아주 가볍게 깬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을 거라고,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습관처럼,
그 어둠을 깨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keyword
이전 05화“어~ 나야!”를 전국에 생중계하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