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불이 꺼질 때, 나는 늘 마음 한구석이 살짝 긴장된다.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입구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면, 스크린이 밝아지고,
머릿속의 소란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제 곧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렌다.
그런데, 그런 고요한 몰입의 순간에
불쑥 환한 불빛이 시야를 가르는 일이 있다.
휴대폰.
주머니나 가방 속에 있던 작은 기계가 번쩍 켜진다.
강렬한 하얀빛이 어둠을 가르고,
그 빛은 영화보다 훨씬 쉽게 눈길을 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린다.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스크린에서 중요한 장면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시선이 옆으로 끌려간다.
처음엔 이해하려 한다.
정말 급한 연락일 수 있다.
가족에게서 온 연락이라면, 아이를 돌보는 부모라면,
회사에서 긴급하게 불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이해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고.
하지만 문제는, 그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습관처럼 화면을 켜고, 무심하게 알림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고,
가끔은 아무 일 없다는 듯 SNS를 스크롤하기까지 한다.
조심조차 하지 않는다.
화면 밝기를 줄이지도 않고, 손으로 빛을 가리려는 노력도 없다.
그저 내 생활의 연장선처럼,
그 어둠 속에서도 당연히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벨소리가 울릴 때는, 아예 다른 차원의 불쾌함이 찾아온다.
모두가 긴장하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숨을 죽이고, 온 신경을 한 장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띠링!”
혹은 "따르르르" 같은 알림 소리 하나가
순식간에 모든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순간,
몸이 저절로 굳어버린다.
분위기는 깨지고, 이야기의 흐름은 끊기고,
다시 몰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소음을 만든 사람은
대부분 아무런 미안함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휴대폰을 툭 꺼버리고는, 태연하게 다시 스크린을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걸 볼 때면
나는 참을 수 없이 씁쓸해진다.
영화관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함께 어둠을 나누고,
조심스럽게 집중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그 어둠을 소중히 여기고,
누군가는 그 어둠을 아주 가볍게 깬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을 거라고,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습관처럼,
그 어둠을 깨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