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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왜 이 아이에게까지

그래도 견뎌내는 이야기

by 긍정미소


초조한 마음으로 시작된 병원 생활. 매일 아침이면 소변검사와 피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단백뇨 수치가 떨어지기를, 내일은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 기대는 매일 아침 담당의사의 한 마디에 무너져내렸다.

"아직 변화가 없네요.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다행히 몸에 나타났던 자반증은 가라앉고 있었다. 호전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단백뇨 수치가 잡히지 않는다면 신장 이상을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설이는 점점 기운을 차려가고 있었다. 구토 증상도 사라지고, 축 늘어져 있던 모습도 많이 나아졌다. 팔에 꽂힌 수액 때문에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푹 쉬면서 유튜브를 마음껏 보고 있었다. 심심하면 아빠가 옆에서 책을 읽어주니 예설이는 나름 편하게 병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인데, 만성신부전으로 번져서 평생 관리해야 한다면... 도대체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마음이었다.

'하나님, 정말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제가 죄를 많이 지은 죄인이라면 저한테 하시면 되지, 죄 없는 이 아이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예설이는 태어났을 때도 저체중으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지냈다. 매일 면회를 갔을 때, 더 이상 혈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기저기 주삿바늘 자국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졌었다.

그런데 또다시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생활해야 하는 예설이를 보니, 나의 마음은 정말 미어지고 또 미어졌다.

병원과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꿈이 의사나 간호사라고 말하는 예설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이 시기가 의사 대란이 일어나던 때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설이가 간 대학병원에는 소아과 주치의가 없었는데, 그해 초에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이 계셨다.

'이 또한 하나님의 준비하심인가? 그렇다면 이 아이의 병도 낫게 해주시겠지.'

마음을 고쳐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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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설이는 겉으로 보이는 자반증은 모두 사라졌고, 구토 증세도 없어졌다. 하지만 단백뇨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다만 조금의 호전이 있을 뿐이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신장 조직검사를 해보죠. 지금 상태로 계속 병원에 있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조직검사 결과를 통해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합시다."

예설이는 그렇게 일주일 남짓 병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직검사와 결과에 따른 치료 과정을 남겨두고서.

다행히 그 주에 바로 신장 조직검사를 할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약물 치료로 자반증을 잡아나가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점점 경영이 악화되어 갔다. 그래도 회사가 참 감사했던 것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자리를 비울 수 있었을까 싶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을 견뎌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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