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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통해 만난 내면아이

우리는 ‘나’자신을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by 긍정미소


달리기로 어느정도 회복되었지만, 계속해서 밤잠을 설치는 횟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유투브 방송을 보니 과거의 기억으로 힘들 때는 그 기억의 장소를 방문해 봄으로서

해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회사에 연차를 신청했다.

그리고 그 때의 그 장소를 방문해봤다.


동네가 많이 바뀌기도 했고, 정확한 위치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략 비슷한 위치에서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 때 마침 펑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도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눈발에 내가 흘는 눈물 또한 묻히는 듯했다.

“마흔이 넘은 지금 순간에 그 때의 그 질문 하나로 인하여 이렇게까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되뇌이며, 한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래도 성인이 되어서는 어느정도의 안정을 찾고 그래도 열심히 살면서 살아왔던

삶이었는데, 예설이의 상황이 나에게 다시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한 동안 다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마침 심리학에 대한 주제 독서를 하겠다면서 여러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도 꾸준히 명상을 했었고, 한 번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고

내면아이를 안아주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내면아이를 만나보기로 했다.

명상을 하면서 내가 나를 불러보고 어떤 마음에서 이렇게 힘든 것인지 묻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새벽녘에 일찍 일어나서 자리를 잡고 내면아이를 불러보았다.

그 때의 그 사건은 기억속에서도 잊혀진지 오래이고, 이미 잘 지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밤잠을 계속 설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2~3일 정도 매일 새벽에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던 순간 나의 내면아이가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아버지의 사건을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였었어,

그런데 여러가지 수습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아무도 나에게 괜찮은지를 묻지 않았어.

아무도 묻지 않으니 괜찮은 척을 했었어’ 라는 말로 시작이 되었다.

맞다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5학년 짜리가 겪었던 사건 치고는 정말 큰 사건인데,

아무도 나에게 괜찮은지를 묻지 않았다.

물론 지금과는 시대가 많이 다르기는 하다.

지금과 같았으면 정신과 상담부터 시작해서 심리상담까지 여러가지 대안들이

있었겠지만, 그 때는 그런 부분이 미약했고, 아무도 그런 지식이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 그냥 괜찮다고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그냥 괜찮다고 기억 저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내가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쩌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할지, 지금 그 때의 일을 떠올린다고 해서 나에게 좋을

것도 없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여유롭게 지낼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내면아이는 그 질문을 통해서 지금이라도 위로 받고 싶었었나 보다.

그래서 나의 내면아이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너무나도 슬프고 힘든 일이었는데 잘 견뎠어, 너무나도 어리고 여렸던 ‘나’야

너무 대견하고 또 장해! 너나 되니까 그만큼 버틸 수 있었던 거야.

아마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을거야. 그런데 니가 너무 잘 버텨주니까. 그 누구도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잊혀질거라고 생각했을거야.

너무 고맙다’


나는 그 새벽녁에 혼자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위로의 시간을 가지고 난 이후 나는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시간 뒤로 명상을 통한 내면치유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3개월간의 불면증에서 해방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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