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중등)부 은상 - 이혜빈
아빠 저 혜빈이예요. 제가 이번을 계기로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빠는 늘 저한테 하지 말라는 게 많으시잖아요. 친구들끼리 다른 지역 가지 말고, 화장하지 말고, 휴대전화 하지 말고, 교복 줄여 입지 말고, 놀지 말고 정말 딱 ‘바른 아이’의 FM대로 살아가라고 하시잖아요. 아빠가 후회했다고, 아빠 학창시절에 이런 바른말 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아빠가 겪은 거니깐 너는 이런 거 하지 말라고. 근에 아빠, 아빠 말도 맞는데 나는 후회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밋밋하고 답답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위에 있는 거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가 뭐 잘못된 거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 더 예뻐 보이고 싶어 화장하고, 홍천에만 있기 싫어서 한번 춘천이나 서울에도 다녀와 보고, 집에 와선 친구랑 전화 통화하며 공부도 해보고, 치마도 딱 친구들만큼만 줄여본 다음 키 커서 짧아졌다고 말해보기. 나, 이런 거 해보고 싶어요. 아빠가 이번 한 번만 나 좀 이해해주면 안 돼요?
나도 알아요. 아빠가 막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제가 잘되라고 하기 위해서라는 걸요. 아빠 어렸을 때 운동부 하느라 술 담배를 선배에게 배우고, 잘못된 길로 갈뻔한 적도 있었다고, 지금 그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저한테 말해주신 거 기억나요? 나 그때 마냥 불평만 했는데 아빠의 이 말을 듣고 공감했어요. 내가 왜 모르겠어요. 아빠가 겪은 학창시절을 내가 지금 겪고 있는데. 조금 불만스럽긴 해도 저렇게 날 제재하는 게 이해가 돼요. 근데 아빠, 아무리 아빠가 이해돼도 나 위에 있는 거 해보고 싶어요. 정말로 나쁜 길로 안 빠질게요. 나 그냥 살짝만 친구들과 놀아볼래요. 대신 집에 일찍 들어갈게요. 공부도 꾸준히 열심히 할게요. 과하게 안 할게요. 그니깐 이번엔 아빠가 나 한 번만 이해해주세요. 그럼 저도 아빠를 더 이해할게요. 더 노력할게요. 우리 한 발자국씩만 뒤로 가서 서로를 봐요. 아빠, 그러면 아빠는 제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겠죠? 저도 그럼 불만만 하는 게 아니라 아빠 전체를 바라볼게요. 정말로요. 그래도 고마워요, 아빠. 덕분에 제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해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2019.10.21.
아빠 딸 혜빈이가.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중등)부 은상